강우석 감독 “김정호의 초상화 보고 차승원 캐스팅의 믿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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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포토] 영화 |
(서울=포커스뉴스) “촬영하면서 김정호 선생에게 짓눌렸던 것 같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연출한 강우석 감독의 말이다. 대동여지도는 조선 시대에 고산자라는 호를 가진 김정호에게서 탄생한 지도다. 세로 6.7m, 가로 3.8m의 조선전도 최대 크기의 지도 속에는 조선의 산맥과 강줄기 하나까지 세심하게 놓치지 않았다. 이는 목판으로 만들어져 대량생산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접어서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휴대성을 높였다.
대동여지도 속에 담긴 김정호의 의도다. 목판을 찍는 정확한 지도를 누구나 손쉽게 들고 다닐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원작 소설인 ‘고산자’를 집필한 박범신 작가는 “김정호는 국가권력이 장악하는 지도에 대한 정보를 백성에게 나눠줬다. 완전한 민주화를 꿈꿨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고 의미를 밝혔다.
차승원은 ‘고산자, 대동여지도’에서 김정호 역할을 맡았다. 그는 “역사책에서 접한 김정호의 설명은 단 두 줄 뿐이다. 하지만 그 업적은 어마어마하다. 실존 인물을 연기할 때, 그분의 사상과 발자취의 깊이를 제가 다 파악할 수 없어 고민이 많았다”고 답했다.
차승원은 김정호 선생의 발자취를 따르며 그에게 가까워졌다. ‘고산자, 대동여지도’ 촬영은 약 9개월 동안 최북단 백두산부터 최남단 마라도까지,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 진행됐다. 10만6240km에 달하는 거리다. 예고편과 포스터에서 공개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전경은 컴퓨터 그래픽(CG)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강우석 감독은 컴퓨터 그래픽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백두산 촬영은 관광코스가 아닌 곳에서 진행됐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의심한 것 같다. 백두산에서 단 한 장면은 합성이다. 제주도에서 촬영한 차승원을 합성했다. 백두산에서 한 두 장면은 북한 쪽을 담고 싶어서 카메라를 북한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멀리 있는 차승원의 모습을 후반작업으로 담았다. 하지만 백두산 천지는 100% 실사다”고 자신 있게 밝혔다.
차승원이 김정호에 캐스팅된다고 했을 때, 의아해하는 반응도 있었다. 조선시대 평민의 모습을 담기에 차승원의 외모는 현대적인 세련됨을 가졌기 때문이다. 강우석 감독은 캐스팅에 대해 “제작사 CJ엔터테인먼트에서 김정호 초상화를 보내왔다. 그런데 정말 차승원과 비슷하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이어 강우석 감독은 “제가 ‘신라의 달밤’, ‘선생 김봉두’를 보며 차승원만이 가능한 코믹 연기가 있다고 느꼈다. 그런데 ‘아들’이라는 작품을 보며 차승원이 주는 눈물의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김정호 역의 차승원이 웃음과 눈물을 모두 보여줄 것을 예고했다.
유준상, 남지현, 김인권 등의 배우도 ‘고산자, 대동여지도’에 함께했다. 유준상은 당대 권력자인 흥선대원군을, 김인권은 김정호와 함께 작업하는 바우를, 남지현은 김정호의 딸 순실 역 각각 맡았다. 유준상은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하며 역사의 길을 따라가는 시간도 가졌다.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시간”이라며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과 흥성대원군 묘를 찾았던 이야기를 전했다.
김인권 역시 “김정호가 대동여지도 속에 담은 마음을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도를 판각해서 대량으로 찍어내 온 국민에게 주려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던 분 같다. 영화를 하면서 절실히 느꼈다”고 덧붙였다.
남지현은 “차승원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교과서와 역사시간에 배운 김정호는 위인 같은 느낌으로 대했다면, ‘고산자, 대동여지도’에서 그의 딸 순실 역을 맡으며 가족의 입장을 생각하게 됐다. 저 역시 실제로 딸로 살고 있는데, 자랑스러운 일을 하는 아버지였겠지만, 가족은 힘들고 그리웠을 것 같다”고 전했다.
강우석 감독은 ‘대동여지도’를 직접 볼 기회를 가졌었다. 그는 “원작 소설의 제목인 ‘고산자’라고만 제목을 붙일 걸이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 촬영이 끝날 즈음 박물관의 배려로 실제 대동여지도를 볼 기회가 있었다. 아마 촬영 전에 목판을 봤으면 영화를 찍기 어려웠을 거다. 미술을 전공한 사람도 ‘이 정도는 불가능합니다’라고 하더라”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대동여지도’는 강우석 감독의 20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 사극에 도전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의 표현대로 “정말 찍으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김정호 선생의 마음을 작품 속에 담고 싶었다”며 “그 마음이 관객에게 전달돼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는다면 바랄 게 없다. 이제 데뷔한 감독과 다름없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메가폰을 잡은 강우석 감독은 ‘투캅스’, ‘공공의 적’ 시리즈를 연출했으며 ‘실미도’(2003)로 한국영화 최초 천만 돌파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감독이다.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코미디 적인 요소도 빠질 수 없다. 이는 오는 9월 7일 개봉 예정이다.(서울=포커스뉴스)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출연진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차승원, 남지현, 유준상, 김인권. 2016.08.09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차승원이 미소를 짓고 있다. 2016.08.09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강우석 감독이 미소를 짓고 있다. 2016.08.09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남지현이 질문을 받고 있다. 2016.08.09 김유근 기자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사계절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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