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국가소멸’로 내달리는 저출산 위기, 인구정책 근본 돌아봐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3-12-08 15: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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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우리나라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  15~49세 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이 바닥을 모르고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인 11월 29일 발표한 ‘2023년 9월 인구 동향’을 보면 2023년 3분기 출생아 수는 56,794명으로 전년 동기 64,175명 대비 7,381명(-11.5%)이나 감소하면서 2023년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0명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에 비해 0.10명이나 감소했다. 통상 우리나라 분기 합계출산율은 연초인 1분기에 가장 높고, 연말인 4분기에 가장 낮다. 이대로 가면 올해 4분기엔 0.6명대로 떨어지게 될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이 명확해 보인다. 세계 최저치의 합계출산율이자, 인구학자들도 상상해본 적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머지않아 ‘인구 위기’가 들이닥칠 가능성이 더욱더 커졌다. 그동안 내놓은 수많은 대책이 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겉만 헛돌았는지 근본부터 돌아봐야 한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1.0명을 밑돌기 시작했는데 가파른 하락추세가 지금도 꺾이지 않고 있는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통계청은 애초 올해 합계출산율을 0.73명(중위 추계)으로 내다봤다. 4분기 합계출산율이 0.71명을 넘어야만 달성이 가능한 데, 월간 출생아 수의 감소 추세로 보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추세를 바꾸기는커녕, 하락추세에 제동조차 걸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전국 17개 시·도의 합계출산율이 모두 다 떨어졌는데, 출산율 1위인 세종시마저 0.86명으로 1명을 밑돌았다.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그런데 지난해 합계출산율 0.78명은 이의 2.7분의 1에 그치고 있다. 출산율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혼인 건수마저 감소하고 있다. 3분기 혼인 건수는 4만 1,706건으로 1년 전보다 8.2%나 줄었다.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소다. 9월만 떼어 보면 혼인 건수가 12.3%나 급감했다. 한국에선 출생아 96%가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는 만큼 몇 년 뒤 더욱 심한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추세가 지속한다면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절반가량 급감했던 지난 14세기 유럽보다 더 빠르게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2월 2일(현지 시각) ‘로스 다우서트(Ross Douthat)’ 칼럼니스트가 쓴 ‘한국은 소멸하나?(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한국 인구감소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한국의 저출산 원인으로는 부모의 불안과 학생의 고통으로 몰아넣는 극심한 입시 경쟁, 젠더 갈등(Gender 葛藤) 그리고 인터넷 게임 문화 등을 꼽았다. “지금처럼 급격한 인구 감소가 향후 수십 년 동안 지속할 거라고 보진 않지만, 한국 통계청의 인구 추계대로 2060년대 후반에 3,500만 명 이하로 떨어지는 정도만으로도 한국 사회를 위기로 몰아넣기 충분하다.”라고 우려했다.

‘로스 다우서트(Ross Douthat)’ 칼럼니스트는 “선진국의 출산율은 대체로 하락하는 경향이 있지만, 평균 1.5명 수준에서 머무르는데 한국의 출산율은 올해 3분기 0.7명까지 떨어졌다.”라고 전하고, 이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면 한 세대를 구성하는 인원이 현재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라며 “이 같은 인구 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로 한 세대가 더 교체되는 실험을 수행하면 원래 200명이었던 인구는 25명 밑으로 떨어지고, 한 세대가 더 교체되면 ‘스티븐 킹(Stephen King)’이 쓴 소설 ‘더 스탠드(The Stand)’에서 나오는 가상의 슈퍼독감으로 인한 인구 붕괴 수준에 가까워진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불가피한 노인 세대의 방치, 유령도시 증가, 고령층 부양 부담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의 해외 이민 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하며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이 병역 자원 부족과 경제 쇠퇴, 도시 황폐화, 노인 방치 등 수많은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합계출산율 1.8명인 북한이 어느 시점에선가 남침할 가능성도 크다.”라고 주장했다. 이를 허투루 들어선 결단코 안 된다.

한때 그리스의 주도권을 잡고 호황기를 누리며 최강의 군대를 지녔던 스파르타(Sparta)는 왜 무너졌을까? 학자들이 꼽는 가장 큰 이유는 인구 감소라고 한다. 클레옴브로토스(Cleombrotus) 왕이 이끄는 스파르타(Sparta) 군(軍)은 막강한 장갑 보병 방진 부대를 거느렸지만, 기원전 371년 신흥국인 테베(Thebai)가 주도하는 보이오티아(Boeotia)-아테네(Athens) 연맹과 싸워 ‘레욱트라 전투(Battle of Leuctra)’에서 에파미논다스(Epaminondas)가 이끄는 장갑 보병 6,000여 명과 기병대를 거느린 연맹 군(軍)에게 대패하고 몰락하게 되는데, ‘페르시아 전쟁사’를 쓴 ‘헤로도토스(Herodotos)’에 따르면 기원전 479년 스파르타(Sparta) 자유 시민 중 성인 남자 인구는 약 8,000명이었는데, 100여 년 뒤 ‘레욱트라 전투’ 때는 약 1,000명 수준인 8분의 1로 크게 줄었다는 당대 역사가인 크세노폰(Xenophon)의 기록은 이를 웅변한다. 결국 스파르타(Sparta)를 멸망시킨 건 페르시아(Persia) 군대가 아닌 인구감소인 셈이다.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David Coleman)’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학 명예교수(77세)가 지난 5월 17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주최한 심포지엄(저출산 위기와 한국의 미래 │ 국제적 시각에서 살펴보는 현실과 전망) 주제 발표자로 참석해 “한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달성했지만, 그 대가로 이를 물려줄 다음 세대가 없어졌다.”라며 “이대로라면 2750년 한국이라는 나라는 소멸(Extinction)할 수도 있다.”라고 경고한 데 이은 와!(Korea is so screwed. Wow!)”라고 읊어대는 장면이 하나의 ‘밈(Meme │ 문화적 유전자)’처럼 하루 만에 조회 수가 43만 회를 넘겨 가면서 인터넷을 떠돌며 달구고 있다. 영상 속 여성은 지난달 방영된 EBS 다큐멘터리 ‘인구 대기획 초저 출생’ 10부에서 ‘조앤 윌리엄스(Joanne Williams)’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가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 한 말을 듣고 보인 놀란 반응에 이어서 이른바 ‘망한 한국’ 시리즈가 또다시 등장했다. 또한 독일 유튜브 채널 ‘쿠르츠게작트(Kurzgesagt)’는 지난 10월 4일 ‘한국은 왜 망해가나(Why Korea is Dying Out)’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출산율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현재 젊은 인구가 100명이라면 2100년에는 그 숫자가 6명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라면서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100년 안에 한국의 청년 94%가 줄어든다. 노인의 나라가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출산율 저하는 우리 경제와 사회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출산율이 OECD 34개국 중 가장 낮다. 한국 인구감소 추세가 이렇듯 지속된다면 경제적, 사회적 많은 문제를 야기(惹起)한다. 내년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 학령인구인 2017년생은 35만 7,771명에 불과하다. 올해 초등 1학년생인 2016년생은 40만 1,752명이었는데 1년 새 4만 3,981명이나 줄었다. 학생 수 감소는 학교 붕괴로 이어지고, 국가시스템 전체에 타격을 준다. 먼저 초등학교부터 폐교하면서 중·고등학교, 대학교로 이어지고 있다. 급격한 인구감소는 마이너스 성장이나 국력의 쇠퇴를 가져올 뿐 아니라, 연금제도 등 여러 제도의 작동을 삐걱거리게 하고 내부 갈등을 격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예산과 모든 자원을 동원해 출산율을 올리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청년 세대 인구는 지속해서 하락해 2050년에는 521만 3,000명으로 예측된다. 저출생 등으로 약 30년 뒤에 청년 인구가 반토막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청년 인구가 급감하는 것도 놀라울 정도로 심각하지만,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것은 2020년 청 년세대 1,021만 3,000명 중 미혼인 사람은 783만 7,000명으로 무려 81.5%나 된다는 것이었다.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으면 곧바로 출생아 수 감소로 이어진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지난 12월 3일 내놓은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이란 보고서에서 세계 1위의 우리나라 초저출산율을 이대로 방치하면 한국 경제의 실질 추세성장률이 0% 이하로 낮아져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2050년 50.4%, 2059년 79%로 높아진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저출산의 원인으로 청년층이 느끼는 경쟁·고용·주거·양육 불안 등도 지목했다.

청년 세대의 불안정한 경제적 지위, 주거비와 자녀 교육비 부담, 여성에게 집중된 양육·돌봄 부담 등이 혼인 기피, 저출생의 원인임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사태가 갈수록 나빠지기만 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자원 투입이 부족하고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두어 대응하고 있는데, 위원회의 존재감은 여전히 미약하다. 대통령이 지난 3월 8일 주문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확실한 저출산 대책’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인구 문제는 이제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의 인구감소 시대를 넘어 인구지진(Age quake)의 인구소멸 시대를 치달리며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함에도 정치권은 말로만 위기라 할 뿐 실효적·효과적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구절벽, 지방소멸, 초등학교 폐교라는 말은 이미 너무 익숙하다 못해 식상하고 진부하고 비루한 용어로 퇴색되어 버린 지 오래다.

헝가리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2019년 ‘베이비 익스펙테이션 론(Baby expectation loan)’ 정책을 도입했다. 40세 이하 신혼부부가 아이를 낳기로 약속하면 정부가 저리로 최대 1,000만 포린트(HUF │ 1포린트=3.36원)를 대출해 주고, 5년 내 첫째 자녀를 낳으면 이자 면제 혜택을 준다. 둘째를 낳으면 대출액의 3분의 1을 탕감하고 셋째를 낳으면 대출액 전액 탕감해준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참고로 헝가리에서 1,000만 포린트(HUF)는 우리 돈 4,000여만 원 정도로 젊은 직장인들의 1~2년 연봉에 해당한다. 헝가리는 이런 다양한 정책으로 실제 혼인율이 20% 높아졌고, 합계출산율도 2011년 1.23명에서 2020년 1.56명으로 올렸다. 일본도 2010년대 중반 합계출산율이 1.42명일 때 총리 직속으로 인구 위기를 총괄하는 인구 전담 부서를 만들어 합계출산율 1.0명 이상을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다. 프랑스도 1990년대 중반 합계출산율이 1.79명일 때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출산율 회복을 위해 GDP 대비 4%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을 해왔다. 두 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족은 매월 최소 131.55유로 혜택을 받으며, 자격을 갖춘 가족을 위해 각 아동이 출생 시 주어지는 944.51유로의 지급을 포함해 많은 보조금을 받는다. 스웨덴도 여성과 모성 고용률이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높고 아동 빈곤은 가장 낮다. 부모는 자녀가 15세가 될 때까지 월별 수당을 받는다. 부모는 480일의 유급 육아휴직을 받을 자격이 있으며, 아버지도 480일 중 약 30% 유급 휴직이 보장된다. 노르웨이도 지난해 아이 1명당 2만 9,726달러 지원하고 49주의 육아휴직을 주는 등 출산 장려에 주력하고 있다. ‘국가소멸’로 내달리는 저출산 위기, 인구정책 근본부터 돌아봐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민간 어린이집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아이 키울 곳이 부족한 ‘보육 절벽’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정부의 내년 국공립 어린이집 예산이 15% 넘게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예산안에 따르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에 417억 원이 배정돼 올해 492억 원보다 15.3%인 75억 원이나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도 19.3%인 117억 3,000만 원이나 줄었는데 내년에 또다시 삭감되면 400억 원 선도 위협받게 된다. 2020년 신설된 국공립 어린이집은 634개였지만 2021년엔 479개, 지난해엔 364개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공공보육시설 이용률 50% 달성도 현재로선 요원해 보인다. 이래선 정말 ‘국가가 소멸할 수도 있다.’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정부 역량을 총 집주(集注)해야만 한다. 지금 저출산 문제를 풀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청년층의 고용불안을 자극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일자리 엇박자(Mismatch)’, 극심한 입시 경쟁, 수도권 집중 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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