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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지난 8월 13일 발표한 ‘2025년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15~29세 청년층의 취업자는 전체 청년층 인구 793만 3,000명 중 363만 3,000명으로 고용률 45.8%였으나, 15~29세 청년층의 실업자는 21만 명으로 실업률은 5.5%에 달하였고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한 체감 실업률은 16.1%에 달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신입사원이 맡던 단순 업무가 빠르게 대체되는 상황에서, 기득권 노조는 청년 고용을 줄일 게 뻔한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9월 4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초고령사회가 됐으니 하루빨리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데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를 밀어붙여 기성세대의 고용 보호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일 게 분명해 보인다. 양대 노총이 근로자 권익 증대에 기여해 온 것만은 주지의 사실이다. 노란봉투법 통과로 원청 교섭권이 열리고, 취약계층의 처우가 개선될 소지도 커졌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청년 고용의 문을 좁힌다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이처럼 기술 혁신과 기득권 보호 요구가 동시에 밀려오면서, 청년은 취업 문턱에서부터 좌절하고 있다.
기업들은 AI 자동화에 눈을 돌려 집중투자하고 있고 사람들은 디지털노마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인건비를 절감하고 업무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일상 반복 업무를 ‘Chat GPT’,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 등으로 AI 자동화에 몰입하고 있다. 청년들의 우려는 노란봉투법 이후 더 커졌다. 법 통과 다음 날 로봇·공장자동화 관련 기업 주가가 폭등했다. 한국의 로봇 밀도는 이미 세계 1위로, 1만 명당 로봇 수가 세계 평균 162대보다 6.25배 많은 1,012대에 달한다. 청년들은 “최저임금 과속 인상이 키오스크를 늘렸듯이 노란봉투법은 청년 일자리를 줄이고 더 많은 로봇이 들어서게 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대학 채용박람회 현장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박람회가 서울대는 134곳에서 126곳으로, 고려대는 123곳에서 102곳으로 줄었다. 연세대와 성균관대도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올 하반기 서울대 채용박람회 참여 기업 수가 작년보다 32% 줄어든 91곳으로,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최저 규모가 될 예정이라 한다. SK·현대차 같은 대기업이 불참하면서 청년 구직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실제로 500대 기업 신규 채용은 지난해에 이미 전년보다 12% 감소했고, 2년 전과 비교하면 30%나 급감했다. 올해는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청년의 시각에서 바라본 일자리 위기는 심각했다.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신입사원이 담당하던 자료 정리, 보고서 작성 같은 기초 업무가 빠르게 AI로 대체되고 있다. 첫 경력을 쌓을 기회조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년 연장의 문제는 청년에게 공포로 다가온다. 연공서열형 임금 구조 속에서 자리를 오래 지키는 고연령 근로자가 늘면 청년 몫의 일자리는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6년 법정정년 60세 제도화 이후 여러 연구에서 청년 고용 위축 효과가 거듭 실증적으로 확인됐다. 지난 20년간 대기업 정규직에 종사하는 고령자는 500% 가까이 증가했지만, 청년층은 반대로 약 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9월 7일 발표한 ‘우리나라 노동시장 이중구조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정규직 부문의 고령자는 2004년 4만 2,000명에서 지난해 24만 7,000명으로 무려 20만 5,000명(488%↑)이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 정규직 청년은 19만 6,000명에서 19만 3,000명으로 되레 3,000명(1.53%↓)이나 줄었다. 참고로 보고서는 학업·군 복무를 마치고 노동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23~27세를 청년으로, 60세 정년 의무화의 직접 수혜 대상인 55~59세를 고령자로 설정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경제 전반에 걸쳐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주민등록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지난해 12월 23일 사상 처음 20%를 기록하며 한국도 국제기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2월 24일 전날인 23일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 5,122만 1,286명 중 65세 이상이 1,024만 4,550명으로 전체에서 20.0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초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중 노인 인구의 비중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소득 수준이 낮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살아가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267만 3,485명 가운데 무려 42.8%인 110만 458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노인빈곤율도 OECD 1위다. 노후 대비가 안 돼 있어 오래도록 일을 하고는 있지만, 저임금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보니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고의적 자해(자살)로 숨진 65세 이상 인구는 1만 8,044명으로 하루 평균 10명꼴이었다. 기초연금 제도는 형편이 어려운 고령층에 집중되도록 재설계하고,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쓸 돈이 없는 고령층에 주택연금 가입을 유도해 활용하게 해야 한다.
AI의 충격은 참으로 냉혹하다. 미국 스탠퍼드대에 따르면 ‘Chat GPT’ 출시 후 22~25세 소프트웨어 개발자 고용이 20% 줄었다. 연구진은 초년 층이 현장 경험을 쌓을 기회를 잃게 되면, 장기적으로 기업의 숙련 인력 파이프라인이 붕괴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에서도 AI 영향률이 10% 오르면 청년 고용이 3.3%포인트 감소했다. 기업들이 신입 대신 AI 활용에 능한 경력직을 선호하면서, 대한상의 조사 결과 채용공고의 82%가 경력직을 원했다. 정년 연장은 청년 일자리를 더 옥죄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뒤, 고령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마다 청년 고용은 최대 1.5명 줄었다. 30년 근속자가 신입 대비 3배 가까운 연봉을 받는 연공 중심 호봉제 구조에서 정년이 65세로 연장된다면, 신규 채용은 더 줄어들 것이다. 동일가치노동을 평가하려면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의 전환이 불가피한데, 기존 호봉제를 선호하는 노동계를 설득하지 못하면 정책 추진 동력을 얻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무엇보다 청년 고용 위기는 국가 존립조차 위협을 한다. 취업이 막히면 혼인·출산이 힘들어지고, 저출산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대 간 상생이다. 정년 연장보다는 퇴직 후 재고용으로 기업 부담을 줄이고, 임금체계는 서둘러 성과급제로 바꿔야만 한다. 청년 일자리를 지켜야만 국가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는 직무급제 기반의 보수체계로의 개편과 각계각층의 다층적·다각적·복합적 사회적 합의가 동시에 이뤄져야 만 실현이 가능함을 각별 유념하여 총력을 경주해 주기를 바란다. 기계가 생각하고 기계가 말하며 기계가 창작하는 인공지능(AI)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여 속도보다 방향이 혁신보다 공존이 시대정신이 된 작금의 상황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는 이 시대가 해결할 최우선 과제임을 명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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