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만난 사람들…"왜 코스튬 플레이를 하냐고요?"

편집국 / 기사승인 : 2016-07-28 16: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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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받는 느낌 좋아서 시작…좋아하는 캐릭터 모사 자체가 멋있다고 느껴

코스튬 플레이어 사이에 암묵적 규칙 존재…사진 촬영은 본인 동의해야
△ 환하게 웃는 참여자

(서울=포커스뉴스) "딱히 이유는 없어요. 그냥 캐릭터를 보다가 한번 해보고 싶어서 입어봤어요."

제19회 부천국제만화축제 개막식이 열린 27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에 위치한 한국만화박물관 일대에는 만화책에서 현실세계로 넘어온 캐릭터들이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코스튬(인물의 역할을 나타내는 의상) 플레이어들이다. 만화 속 캐릭터 의상을 그대로 입고 해당 캐릭터의 행동이나 모습을 따라하는 사람들이다.

사람부터 괴물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을 볼 수 있었다. 나막신을 신고 검을 든 검객, 복면을 쓴 닌자, 위장크림을 바른 인민군 등이 박물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식당에서는 백설공주와 구미호 코스튬한 사람들이 돈까스를 먹고 있었고, 화장실에서는 이순신 장군으로 분한 사람이 손을 씼고 있었다.

도복을 입고 거대한 장검을 들고 행사장을 오가거나, 낮은 포복자세로 박물관 내 안내데스크 주변을 경계하는 등 그 순간만큼은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로 변신했다.

코스튬 플레이어 안지영(여·18) 씨는 행사 참가를 위해 서울에서 부천을 찾았다. 그는 코스튬플레이를 하는 이유를 묻자 오히려 왜 궁금하냐는 듯 신기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여전사 캐릭터로 분한 그는 "그냥 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안 씨는 이날 만큼 일본 만화 '도쿄구울' 속 '토우카' 캐릭터였다. 낮기온이 33도 안팎의 찜통 더위였음에도 안 씨는 검은 인조가죽자켓을 입고 파랑색 가발을 쓰고 행사장을 돌아다녔다.

안 씨는 코스튬플레이를 위해 용돈을 조금씩 모아왔다. 코스듐을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속눈썹이 떨어져나가기 직전이고, 땀을 흘린 탓에 화장도 지워졌지만 안 씨는 행복함을 감추지 못했다.

"진정한 코스튬플레이의 묘미는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요. 옷을 주문하고 어떻게 어느 날에 입고갈까 하는 고민들이죠. 그 과정이 재미있어요. 솔직히 남들이 저를 이상하게 볼 수 있지만 사실 취미라는게 시간 소모되고 돈 들어가고 하는건 다 똑같잖아요? 코스튬플레이어는 취미일 뿐인거죠."


경기 의정부에 사는 에르크(여·22·가명) 씨는 "평범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독특한 답을 내놨다. 코스튬 플레이어가 '평범'을 이야기했다.

"살다 보면 다른 사람들과 똑같지 않다고 느끼잖아요. 그런데 코스튬 플레이를 하면 나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없어지죠. 그러니 사람들이 내게 '넌 이걸 못하니'라고 할 수가 없어요. 어쨌거나 전 게임 속 영웅 캐릭터가 됐으니 제게 이래라저래라 평가할 수 없는거죠."

에르크는 온라인 게임 '엘소드'의 전사 캐릭터 '로드나이트'를 모사했다. 그는 "'로드나이트'는 게임 상에서 제일 멋진 캐릭터에요. 엄청 멋지죠. 근데 오늘 로드나이트가 휘두르는 검을 가지고 오려했는데 아쉬워요. 무게가 8㎏이라 포기했어요. 오늘 덥잖아요"라며 웃었다.



행사장 한 편에서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백설공주가 커다란 배낭을 들고 나타났다. 경기도 의정부 사는 윤희(여·23·가명) 씨다.

가방 속에는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왔을 때 입었던 옷과 코스튬 플레이를 위한 장신구, 메이크업 도구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직접 들어보니 최소 5㎏는 돼 보였다. 그는 부천국제만화축제에는 가족 단위로 오는 관객들이 많아 백설공주 코스튬을 선택했다.

"아이들이 많이 좋아할 것 같은 캐릭터를 생각하다 보니 백설공주가 됐어요. 백설공주 역할을 하면 사람들이 좋아해 주니까 또 더 좋구요. 또 사진사들이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볼때면 잠시동안 연예인이 되는 기분도 들어요. 확실히 저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아서 코스튬 플레이를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일상으로 돌아가면 사람들이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타인에게 관심을 갖진 않잖아요. 근데 이런 옷을 입고 있으면 사람들이 제게 관심을 가져주고 저도 관심받는 것이 좋아요. 공감대가 생기는 기분이 들죠."


코스튬 플레이어들 사이에는 암묵적 규칙이 존재한다. 플레이어의 허락없이는 사진촬영이 불가능하다. 허락없는 촬영은 그들 사이에서는 불법이다. 행사장 밖에서는 코스튬 플레이 금지 규칙도 있다.

"이 바닥에도 규칙이 있어요. 허락없이 찍은 사진을 마구잡이로 온라인에 배포를 하게되면 소송까지 가게되는 경우도 있어요. 초상권 문제가 있으니까요. 행사장 이외에는 코스튬플레이를 금지하는 규칙도 있죠. 이건 좀 잘 지켜져야 해요. 몇몇 코스튬 플레이어 때문에 저희 같은 사람들도 모두 욕먹게 되는 거잖아요. 정해진 지역에서만 코스튬 플레이를 하자는 암묵적 룰이 있어요."

부천국제만화축제를 준비한 오재록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에 따르면 축제 기간 행사장을 찾는 코스듐 플레이어는 약 3000명 가량이나 된다. 이들은 만화 또는 게임 속 캐릭터로 분해 부천국제만화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한편 부천국제만화축제는 7월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에 위치한 한국만화박물관과 부천영상문화단지 일대에서 열린다.(부천=포커스뉴스) 2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 '제19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참여한 한 코스어가 미소를 짓고 있다. 2016.07.27 김유근 기자 (부천=포커스뉴스) 2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 '제19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참여한 코스어들이 놀이를 하고 있다. 2016.07.27 김유근 기자 (부천=포커스뉴스) 2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 '제19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참여한 코스어들이 이동하고 있다. 2016.07.27 김유근 기자 (부천=포커스뉴스) 2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 '제19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16.07.27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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