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과 함께 신분증 사본도 버젓이 거래
페이스북코리아 "오래전부터 인지, 발견 즉시 계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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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페이스북의 전 세계 월평균 이용자수는 16억5000만명에 달하며 그 중 매일 접속하는 사용자 수는 11억명에 달한다(2016년 1분기 기준).
국내에서도 매일 1천만명 이상이 페이스북에 접속하고 있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곳이 우리에게 좋은 것만 주는 곳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매일 수없이 많은 광고글을 마주하게 되고 또 음란한 사진을 배경으로 하는 불법적인 성매매 홍보글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지만, 우리는 늘 그것들을 '무시할' 뿐이었다.
<포커스뉴스>는 거기에서 한걸음 더 들어갔다.
이들이 목표로 하고 있을 '돈'에 초점을 맞췄고, 세계 최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불법'의 천태만상을 톺아봤다. <편집자주>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서 신분증 사본과 실명인증 계정이 은밀히 거래되고 있다.
또한 개인 계정의 '친구'와 '팔로워' 수를 늘리기 위해 불법 프로그램이 사용되고 있으며, 그렇게 '키운' 계정이 불법스포츠도박과 같은 불법 업자에게 팔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막연하게나마 '페이스북 계정이 돈이 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돈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돈이 되는 계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자가 이 문제에 접근하게 된 계기는 '얼짱' 여성의 얼굴을 프로필 사진으로 한 수많은 계정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이 '얼짱 계정'들은 한 눈에도 다른 평범한 사용자들과 달랐다. 불특정 다수의 남성 회원들에게 친구 요청을 보내고 있었고 계정 주인의 이력을 알게 해주는 '정보'란도 하나같이 텅 비어있었다.
이런 식의 '묻지마 친구 요청'이 돈이 되는 페이스북 계정을 만드는 방식이 아닐까 하는 의문에서 취재를 시작했고, 오래지 않아 실제로 계정이 거래되는 웹사이트를 찾을 수 있었다.
'페이스북 거래소'라는 이름을 가진 이 웹사이트(geosang7.com)에는 단출하게 게시판 여섯개만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 중 '삽니다' '팝니다' 게시판은 꽤 자주 글이 등록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은어와 금액이 포함된 글이었다. 글 속에는 모두 카카오톡 ID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거래를 원하는 사람으로 가장하고 10명 정도의 게시자와 대화를 시도하였으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래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뿐더러 그들의 은어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A씨를 만났다. 처음에는 A씨 역시 기자의 질문에 대답을 거부했지만, 기자임을 밝히고 이 질문이 취재의 일환임을 설명하자 "나는 곧 이쪽을 떠날 생각"이라며 거래자들 내부의 사정을 소상히 알려주었다.
A씨와의 대화에서 알게 된 이들 내부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불법행위가 페이스북을 둘러싸고 이루어지고 있었다.
◆ 돈이 되는 페이스북 계정
페이스북 계정이 하나당 70만원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마케팅 도구로 각광받는 페이스북 개인 계정이 친구와 팔로워 수 1명당 단가를 정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매겨 거래되고 있다.
'친구+팔로워'의 1명당 단가가 정해져 있지는 않다. 계정의 '회전률'이 단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매물로 나온 계정이 있다고 쳤을 때, 그 계정이 올리는 게시물에 '좋아요'가 자주 눌리고 댓글이 많이 달리면 '회전율이 좋다'고 볼 수 있다.
통상 '친구+팔로워' 수 1명당 70원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계정의 회전율이 좋다면 단가는 더 올라간다. '친구+팔로워' 수가 1만명이 되었을 때부터 괜찮은 매물로 인정을 받아 계정은 하나당 70만원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된다.
'친구+팔로워' 수가 그보다 더 큰 매물도 많다. A씨는 "10만명 정도 되는 계정들도 있다"고 밝혔다.
◆ 계정 실명인증을 위한 신분증 사본 거래
거래되는 것은 계정만이 아니다. 충격적이게도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사본도 함께 거래되고 있었다.
거래되는 신분증 사본에는 사진·성명·주민등록번호가 버젓이 노출돼 있었다.
"이 신분증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A씨는 "그것은 모른다"며 이들 사이에 '공익근무요원이 동사무소에 근무하면서 빼돌린다' '신용정보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유출하는 것이다'와 같은 소문만 돈다고 했다.
신분증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거나 스캔을 한 이미지가 거래되고 있었고, 신분증 하나당 2~3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기자는 신분증을 대량으로 판매한다는 사람에게 구매를 원한다며 말을 걸어보았고, "현재 8개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꾸준히 공급해 줄 수 있다"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페이스북은 실명 인증 없이도 이용이 가능한 서비스인데, 왜 신분증 사본이 필요한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A씨는 "계정이 신고를 당해 정지를 당하는 것에 대비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 페이스북 실명인증 우회하는 편법도
페이스북은 실제로 실명 인증이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이다. 현재 페이스북이 가입 절차에서 요구하는 개인정보는 이름과 생년월일 그리고 이메일 주소가 전부다.
하지만 A씨는 "계정이 정지를 당할 수 있어 신분증 사본이 필요하다"며 "계정을 키우는 과정에서 여성을 사칭하거나 저작권 침해 자료를 올리기 때문에 신고를 당해 계정이 신고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리고 계정을 사고 팔다보면 늘 '해킹'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친구와 팔로워 수가 큰 유력 계정을 돈을 주고 사더라도, 판매자가 구매자 몰래 이미 판 계정의 비밀번호를 변경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 대비해 거래자들은 계정을 미리 실명으로 인증을 해둔다. 물론 거래자 자신의 실명이 아니라 앞서 설명한 '신분증 사본 거래'를 통해 입수한 타인의 실명으로 인증하는 것이다.
여기에 페이스북 실명 인증 절차의 허점을 이용한 일종의 우회적인 방법이 사용된다. A씨는 구매한 계정을 일부러 '허위계정'으로 신고 당하게 한 다음 여러 단계를 거치면 된다며 소상히 설명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실명인증을 받은 후라야 허위계정으로 신고를 당하게 되더라도 되살리기가 쉽고 해킹의 위험도 줄어들기 때문에, 거래자들에게는 계정 하나당 하나의 신분증이 꼭 필요한 것이다.
◆ 페이스북코리아 "발견 즉시 계정 삭제, 그 이상 어렵다"
페이스북코리아의 박상현 홍보총괄은 <포커스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던 사실이다"라는 말로 운을 뗐다.
박 홍보총괄은 "계정의 거래를 꾸준히 모니터링 하고 있으며, 발견되는 즉시 계정 삭제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페이스북 코리아)가 사법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계정 삭제 이상의 조치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신분증 사본이 거래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페이스북 코리아는 '커뮤니티 표준'에 맞춰 조치를 할 뿐이고 거기에서 벗어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우리가 아니라 사법기관이 조치할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페이스북코리아의 실명인증 정책을 우회하는 '편법'에 대해서는 "그런 사례가 있다고 해서 (실명인증 절차를 강화하는) 별도의 프로세스를 만든다면, 대다수의 다른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게 된다"며 "(편법을 사용하더라도) 2~3개월 안에 반드시 적발되기 때문에 수동 적발을 통해 걸러내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페이스북 거래소' 웹사이트. 게시판만 자리를 잡고 있고 '삽니다' '팝니다'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고 있다.16만명이 '좋아요' 등록하고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판매하겠다는 게시글. 카카오톡 ID가 함께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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