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문자처럼 공지 전달해야"…의견 쏟아져
학교측 "즉각 안전조치 취하고, 일부 단톡방 통해 공지"
(서울=포커스뉴스) 성신여자대학교 교내에 지난 5월 말 싱크홀이 발생했다는 기사가 보도된 이후 '성신여대 싱크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포커스뉴스>는 지난 7일 '성신여대 깊이 1m 싱크홀 발생…한달 넘게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기사를 통해 성신여대 학내 싱크홀 발생 사실을 보도했다.
성신여대는 지난 5월 24일 난향관(강의동) 인근 통로에서 세로 1m, 가로 40㎝, 깊이 1m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학교 측은 당일 오전 내린 폭우로 인한 빗물 유입이 해당 싱크홀의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포커스뉴스>는 10일 성신여대 돈암수정캠퍼스(성신여대입구역 위치)에서 성신여대 재학생·졸업생·조교 등 34명을 대상으로 학내 싱크홀 발생에 관한 의견을 묻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질문은 '싱크홀 발생 사실을 알고 있나', '싱크홀 발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학교 측의 싱크홀 발생 관련 공지를 어떻게 평가하나' 등이었다.
그 결과 응답자 34명 중 29명이 "학내 싱크홀 발생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중 학교 측 공지 방식을 통해 싱크홀 발생을 알게 된 이들은 7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학교 측이 각 학과 대표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전달하도록 해 싱크홀 발생 사실을 인식했거나 싱크홀 주변으로 설치된 안전 펜스와 안내문을 통해 알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고 답변한 이들은 14명이었다.
또 싱크홀을 직접 봤다는 이들이 3명,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답한 이는 2명 등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싱크홀과 관련해 불안·불만 등 문제를 느끼는 이들도 24명에 달했다.
◆ "학교 도서관 이용하다 독서실로 옮겼다"…학생들 불안감 호소
질문에 응답한 학생 대부분은 싱크홀에 대해 상당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싱크홀 발생과 관련한 학교 측의 공지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줄을 이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 A(21)씨는 "싱크홀 자체가 불만은 아니지만 불안하다. 학교측의 싱크홀 공지는 공개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학교가 일 처리를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비판했다.
성악대학 기악과 졸업생 B(11학번)씨는 "학교를 졸업했어도 학교 도서관을 이용했는데 '에브리타임'을 통해 싱크홀 소식을 듣고 불안해서 근처 독서실로 옮겼다"며 "싱크홀 발생 사실을 학교 외부적으로까진 아니더라도 학교 시설 이용자인 학생에겐 명확하게 알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영학과 학생 C(22)씨는 "학교 측이 '학교의 주인'인 학생에게 싱크홀 발생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으면서 "보도블록 하나만 빠져도 그 주변에 안전 펜스를 치는데 이번 싱크홀 발생 공지도 그것과 다름없었던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문교육학과 학생 D(15학번)씨는 "건물 공사가 부실한 것 아니었나란 생각이 든다"면서 "처음 싱크홀 소식을 접했을 땐 꺼려졌는데 지금은 내성이 생겼는지 아무렇지도 않다. 다만 현재 보수 공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는 점이 답답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방 모대학 재학 중이면서 방학특강을 들으려고 성신여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 E(21)씨는 "싱크홀 발생 사실을 몰랐다"면서 "싱크홀 주변을 지나다니진 않지만 알고 나니 거부감이 든다. 학교가 성신여대 학생은 아니지만 학교를 출입하는 나 같은 외부인을 위해 공지문이나 안내문을 통해 알렸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응과 달리 성신여대 내 싱크홀 발생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학생들도 더러 있었다.
법학과 졸업생 F씨(11학번)은 "학내 싱크홀 발생 사실을 몰랐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별생각 없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산업디지인학과 학생 G씨(12학번) 역시 "과대표로부터 싱크홀 발생 사실을 공지 받았다"면서 "싱크홀이 있는 길로 별로 안 다닌다. 그 길로 안 다니면 된다. 공지는 따로 필요 없고 보수공사 진행 상황은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국민안전처 재난문자처럼"…다양한 의견 쏟아져
'학교가 싱크홀 발생 관련 공지를 어떤 방식으로 했었으면 좋았겠는가'라는 질문에는 '총학생회를 이용한 전체 공지', '국민안전처에서 운영 중인 긴급재난문자와 같은 문자메시지 안내 서비스' 등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H(24)씨는 "총학생회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학생들과 소통을 많이 하기 때문에 학교가 총학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학교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계정은 학교 업적이나 프로그램 홍보로만 쓰인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일어일문학과 학생 I(21)씨는 "학교 측에서 싱크홀 발생 사실을 전체 문자로 공지할 수 있었다"면서 "학생지원팀이나 경력개발센터 등 학교에서 인턴십 공고 등과 관련한 안내 문자 많이 오지만 정작 안전과 관련된 것은 알려주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영어영문학과 학생 J(13학번)씨 역시 "국민안전처가 보내는 긴급재난문자처럼 학교가 학생들에게 문자를 보낼 수 있었다"면서 "또 정문에서 본관으로 올라가는 언덕에 있는 게시판에 '학내 싱크홀이 발생했으니 조심하라'는 공지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류학과 학생 K(21)씨는 "학생들이 '성신포탈시스템'(학교로부터 공지사항을 전달받는 웹사이트)을 자주 확인하진 않지만 그래도 안전 관련 사항을 포털에 일차적으로 우선 공지하고 2차로 개별 문자나 카카오톡을 통해 전달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성신여대는 싱크홀 발생 이후 한 달여가 지난 6월 27일에서야 성신포탈시스템에 '학생회관 측면 보도블록 복구공사 관련하여 안전상의 사유로 학생회관 4층 출입구 및 난향관 1층 출입구를 통제한다'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또 해당 글에는 '싱크홀'이나 '땅 꺼짐', '지반침하'라는 단어는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반면 학교 측의 대처에 미흡한 점이 없다는 학생들의 의견도 나왔다.
정치외교학과 학생 L(22)씨는 "학교 공지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학교가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어영문학과 졸업생 M(10학번)씨도 "학교측에서 공지 나름대로 신경 썼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보수공사를 확실하게 처리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동양학과 학생 N(20)씨는 "과대로부터 단톡방을 통해 싱크홀 발생 사실을 전달받았다"면서 "신입이라 학교측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 공지하는지 모르고 원래 이렇게 한다고 생각해서 별다른 문제의식 없었다"고 밝혔다.
◆ 성신여대 커뮤니티 '비판일색'
<포커스뉴스>의 성신여대 싱크홀 발생 기사 보도 이후 대학생 커뮤니티사이트인 '에브리타임' 익명 게시판에도 화제였다. 지난 7일 기사 보도 이후 싱크홀 관련 게시 글은 총 15개, 여기에 댓글은 27개, 공감은 75개가 달렸다.
에브리타임 익명 게시판은 지난 5월 말부터 꾸준히 학내 싱크홀과 관련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곳이다.
기사 링크와 함께 '우리 학교 싱크홀 기사가 났다. 수정이들(성신여대 학생들 지칭) 꼭 읽어봐'란 내용의 글에는 "고맙다", "이러다 다 죽는 거 아닌지 몰라", "이제 학교에서도 살아남기 해야 하나"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또 "싱크홀 보긴 봤는데 기사 보고 그렇게 깊게 난 줄은 처음 알았다. 학관 자주 가는데 위험하진 않겠지? 4층 출입통제 해놓은 것도 갑자기 무서워진다"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학생도 있었다.
이밖에 "수업 듣는데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그곳을 지나다니는 게 어떤 기분인지 교직원이 알았으면", "매일 싱크홀 있는 곳 지나다니는데 공지도 제대로 안 하고 빙 돌아서 가야 했다. 미대생들 진짜 불편했다. 심지어 조형관에서 수업받으면서 땅 꺼질까봐 조마조마 수업을 듣는다"는 의견이 있었다.
한편, 성신여대는 <포커스뉴스> 보도 이후 학교가 싱크홀 발생에 관해 안전과 관련해 취할 수 있는 접근 관리·공지 등 필요 조치들을 모두 취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성신여대측은 지난 5월 24일 시설팀이 싱크홀 발생 사실을 가장 먼저 발견한 이후 현장 감시 펜스를 설치하고 접근금지 공지문을 부착하는 등 즉각 안전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또 싱크홀 발생 당일 주변 건물인 미대와 유치원에 구두공지를 하고 미대학장을 현장으로 불러 학생들에게 공지하게 했다. 미술대생 일부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학생들에게 싱크홀이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알리고 학교의 지시사항을 전달했다는 게 학교 측 입장이다.
학교가 공개한 공예과 4학년 카카오톡 단체방 공지사항은 "난향관 물레실과 가마실 앞에 싱크홀이 발생해 주변 출입이 일부 제한되고 있으며 특히 도자전공 학생들은 물레실 이용시 각별한 주의바랍니다"는 내용이었다.
학교측은 이어 "과정에 있어 미흡함에 대한 지적은 있을 수 있을지언정 그 모든 진정성을 무시한 채 남을 기만했다는 지적은 전혀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지난 6월12일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성신여대 난향관(강의동)의 싱크홀 모습. 싱크홀 주변이 보수공사로 인해 파란색 천막으로 덮여있다. <사진제공=성신여대 총학생회>성신여대는 싱크홀 발생 이후 한 달여가 지난 6월 27일에서야 성신포탈시스템에 관련 글을 게시했다. 해당 글에는 '싱크홀'이나 '땅 꺼짐', '지반침하'라는 단어는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사진제공=성신여대 총학생회>성신여대측이 지난 5월 24일 싱크홀 발생 사실을 인지한 후 현장 감시 펜스를 설치하고 접근금지 공지문을 부착했다며 제공한 사진 <사진제공=성신여대 홍보팀>성신여대측이 지난 5월 24일 싱크홀 발생 사실을 인지한 후 현장 감시 펜스를 설치하고 접근금지 공지문을 부착했다며 제공한 사진 <사진제공=성신여대 홍보팀>
[저작권자ⓒ 대구세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