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비 1m×40㎝·깊이 1m…빗물유입 원인으로 추정
"안전과 직결된 문제 제대로 공지 안해" 불만 폭발
(서울=포커스뉴스) 성신여자대학교가 1개월여 전 교내에서 발생한 싱크홀(땅 꺼짐)에 대해 숨기기에 급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들과 외부인들이 교내를 오갈 때 안전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인데도, 학교측에서는 "기사가 안나갔으면 좋겠다"며 취재를 방해하기도 했다.
7일 성신여대에 따르면 학교 측은 지난 5월 24일 난향관(강의동) 인근 통로에서 세로 1m, 가로 40㎝, 깊이 1m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학교 측은 당일 오전 내린 폭우로 인한 빗물 유입이 해당 싱크홀의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학교 측은 곧바로 싱크홀 주변에 펜스를 치고 통제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했다.
또 보수공사 업체 선정 입찰을 진행하고 지난달 20일부터 보수공사를 시작했다. 해당 보수공사는 7월 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러나 학교 측이 싱크홀 발생 사실을 공개적으로 명확히 안내하지 않아 학생들은 두려움과 함께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로부터 공지사항을 전달받는 웹사이트 '성신포탈시스템'에는 싱크홀 발생 이후 한 달 여가 지난 6월 27일에서야 '학생회관 측면 보도블록 복구공사 관련하여 안전상의 사유로 학생회관 4층 출입구 및 난향관 1층 출입구를 통제한다'라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해당 글에는 '싱크홀'이나 '땅 꺼짐', '지반침하'라는 단어는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5월 말 대학생 커뮤니티사이트 '에브리타임'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성신여대에 싱크홀이 생겼다'는 내용의 글 등에는 '싱크홀이라니 무섭다', '싱크홀이 생긴 곳은 주요 등굣길이라 하루에 몇천 명이 드나드는 곳인데 공사를 어떻게 한 거냐'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아울러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성신여대 싱크홀 모습이 담긴 여러 사진이 올라왔다.
이소현(23) 성신여대 총학생회장은 "싱크홀이라면 학생들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데 학교는 제대로 된 공지를 하지 않았다"면서 "학생회관 입구에 출입통제 안내문이 있기는 하지만 글씨가 작아서 똑바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대학 청정융합과학과 학생 A(21)씨는 "싱크홀 발생 사실을 학교측 공지가 아닌 커뮤니티로 알게됐다"면서 "학내에 싱크홀이 있다는 소식을 모르는 미아운정그린캠퍼스(미아역 위치) 학생이 돈암수정캠퍼스(성신여대입구역 위치)에 왔을 때 싱크홀 구역에 접근을 하는 등 안전상 문제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B(21)씨는 싱크홀 바로 아래에 학생회관이 위치해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싱크홀이 학생회관에 충분히 영향 줄 수 있는 데도 그쪽에 자리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어떤 공지나 사과가 없었다"면서 "다만 조그만 공지로 '문제가 발생했으니까 공사하겠다'는 식이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학교에서 만난 재학생 일부는 "싱크홀이 학교에 있는 줄도 몰랐다"면서 싱크홀 발생 자체를 알지 못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포커스뉴스>가 취재를 시작하자 "기사 가치가 없다", "확인해줄 이유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취재를 거부했다. 싱크홀 현장을 찾은 기자를 사설경비업체 직원을 동원해 접근을 막기도 했다.
취재를 계속한 이후 홍보팀은 사고 당일 안전 펜스를 설치하면서 싱크홀 발생 사실을 공지했다며 당시 사진을 제공했다.
학교 관계자는 "안전 펜스에 '본 구간은 싱크홀(바닥구멍)이 발생하여 안전상의 사유로 접근을 금지하오니 다른 동선으로 우회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써 붙였다"고 말했다.
학교측이 기자에게 보낸 사진에 나온 공지가 싱크홀 발생 사실을 알린 유일한 공개인 셈이엇다.
이와 관련, 성북구청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대학 내 시설 관리 사항은 대학에게 관리의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5일 내린 집중호우로 마포대교에서 싱크홀(지름1m·깊이1m)이 발생한 데 이어 같은 날 송파구 신천동에선 지름 1m, 깊이 2m 크기의 구멍이 발견되는 등 최근 서울 곳곳에서 잇따라 싱크홀이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시민들의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성호 건설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대부분의 싱크홀은 노후화된 상수관·하수관이나 지하매설물 매립 후 다짐불량 등 때문에 발생한다"면서 "굴착한 다음 복구 과정을 서두르는 것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서울 곳곳에서 땅꺼짐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땅을 다 걷어내서 살펴볼 순 없더라도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반탐사차량(GPR)을 이용해 안전등급을 매겨 공동지도를 만드는 등 선제적 예방조치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GPR은 전자파를 지반에 투과해 지하의 빈 공간 형상 데이터를 수집하는 레이더 장치다. 서울시는 GPR을 통해 도로 밑 동공을 찾고 실제 동공이 발견되면 굴착해 원인을 파악하고 복구하면서 도로함몰을 예방·대응한다는 계획이다.지난 5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통됐던 성신여대 난향관 통로 부근 싱크홀의 모습 <사진제공=성신여대 총학생회>성신여대측이 지난 5월 24일 싱크홀 발생 인지 당시 안전펜스에 안내문을 붙였다고 주장하며 제공한 사진 <사진제공=성신여대 홍보팀>성신여대측이 지난 5월 24일 싱크홀 발생 인지 당시 안전펜스에 안내문을 붙였다고 주장하며 제공한 사진 <사진제공=성신여대 홍보팀>지난 6월12일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성신여대 난향관(강의동)의 싱크홀 모습. 싱크홀 주변이 보수공사로 인해 파란색 천막으로 덮여있다. <사진제공=성신여대 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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