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인이 공항 찾아와 자수 권해
납치범은 혁명 틈타 탈옥한 사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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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 항공기 납치 |
(서울=포커스뉴스) 이집트 국적 여객기 납치는 올해 59세인 탈옥수가 전 부인이 그리워 벌인 일이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29일 카이로행 이집트 국적기에 올랐다가 키프로스에 내릴 수밖에 없었던 탑승객들이 사건의 자초지종을 듣고 감동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졌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객기 납치범 이름은 세이프 엘딘 무스타파다. 사기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갇힌 무스타파는 2011년 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축출을 위한 혁명으로 인해 이집트 사회가 혼란한 틈을 타 탈출한 탈옥수였다.
탈옥수 신분으로는 십여 년 전까지 함께 살았던 전 부인을 보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무스타파는 급기야 여객기 납치를 벌이기에 이르렀다. 무스타파는 자신이 자살폭탄 조끼를 입었다며 승무원에게 키프로스나 터키로 행선지를 바꾸라고 협박했다.
기장은 여객기 기수를 돌려 키프로스로 향했다. 브뤼셀 연쇄 폭탄테러에 이어 이집트에서 여객기가 납치되자 외신들은 앞다퉈 이번 사건을 보도했다. 영국 BBC는 사건 발생 초기에 납치범을 이브라힘 사마하로 특정했다. 그러나 사마하는 이집트의 한 대학 교수이자 일반 승객 중 1명일 뿐이었다.
사마하 교수는 "승객들은 비행 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며 "승무원에게 키프로스로 향하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납치됐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집트 보안 당국은 무스타파가 정치적이라기보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로 범행을 벌인 것으로 결론지었다. 당국은 무스타파가 IS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안도했다. 공항 보안에 소홀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려고 몸수색 장면과 감시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무스타파는 카이로 남쪽의 낙후지역인 헬완에 살고 있었다. 이웃인 나가트 하사난은 "사건이 발생하기 며칠 전에 무스타파가 정말 떠나고 싶은데 출국금지가 돼있어서 괴롭다고 말하는 통화 소리를 엿들었다"고 말했다.
무스타파는 외국인 승객 4명과 승무원 3명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였다. 인질 가운데 한 명이었던 네덜란드인 사업가는 "납치범이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무스타파의 전 부인이 여객기가 착륙한 키프로스 라르나카 공항에 찾아와 자수를 권했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키프로스 당국은 이들 부부가 다섯 자녀를 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키프로스 보안당국이 무스타파가 비무장 상태라는 점을 인지한 시점은 불명확하다. 그러나 키프로스 외무부는 29일 오후 2시 41분에 상황 종료를 알리는 트위터 메시지를 올렸다.
여객기에 타고 있던 승무원과 승객 72명 전원은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승객 가운데 절반은 이집트인이었고 벨기에, 그리스, 이탈리아, 미국 등 7개 나라 외국인 역시 여객기에 타고 있었다.
무스타파는 키프로스 경찰에 연행됐다. 수사 당국은 납치범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해보였다고 밝혔다. 당국은 무스타파의 처벌이 현지시간으로 30일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5개월 전 러시아 국적 여객기가 공중 폭발하면서 224명이 숨졌다. 이집트 인들은 끔찍한 참사가 재현될까 두려워하며 가슴을 졸였다. 그러나 뜻밖에도 여객기 안은 태풍의 눈처럼 고요했다. 이번 사건은 단지 가난과 외로움에 시달리던 중년 남성이 벌인 해프닝이었다.왼쪽 남성이 납치범 무스타파다. 무스타파는 가짜로 밝혀진 폭탄 벨트를 두르고 키프로스에 사는 전 부인을 만나게 해달라며 승무원을 협박했다. 오른쪽에 선 남성은 인질로 붙잡혔던 벤자민 이네스다. 이네스는 지인들에게 이 사진과 함께 "친구들아 뉴스를 켜고 지켜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출처=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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