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멜라스로 역행하는 경기도

백진욱 기자 / 기사승인 : 2024-11-30 22:3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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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신천지 바돌로매지파가 ‘편파적인 종교탄압 규탄 결의대회’를 연 가운데 참가자들은 ‘종교 차별 중단’과 ‘부당 취소 사과’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제공 = 신천지 바돌로매지파]

도시의 행복을 위해 한 아이를 희생시킨 오멜리아

오멜라스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공공건물 지하실에 방이 하나 있다. 그 방의 방문은 잠겼고, 창문은 없다.
오멜라스의 모든 사람은, 아이가 거기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들은 도시의 모든 풍요로움과 아름다움, 기쁨을 위해 아이가 거기서 불행하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아이가 그 비참한 곳에서 나와 햇빛을 보게하고 씻기고 먹이고 위로한다면 그 시간부터 오멜라스의 모든 행복이 시들고 파괴되기 때문이다.
아이의 불행이 오멜라스가 행복해지는 조건이다.

이 내용은 어슐러 르 귄의 단편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속에 나오는 허구의 도시 오멜라스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멜라스의 주민들은 8-12살 즈음 그 아이를 둘러싼 도시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주민은 합리화와 왜곡을 하며 진실을 회피하고 소수만 도시를 떠나 다신 오멜라스로 돌아오지 않는다.

지난달 10월 29일, 이와 같은 일이 경기도에서 일어났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예정된 ‘종교지도자 포럼 및 수료식’을 대북안보 사유로 대관 당일 취소 통보를 했다.
이에 행사 주최측인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예수교회)은 상당한 금액의 피해를 입었고, 행사 준비에 투입된 약 1만 1천명의 스태프와 6천 3백여 명의 해외 종교 지도자 및 회원이 갈 곳을 잃었다.

신천지예수교회는 10월 16일 파주시가 위험지역으로 지정됨에 경기관광공사와 행사 진행 가능 여부를 수차례 문의했고, 경기관광공사는 문제 없다 확답을 하며 행사 규모와 배치, 안전 계획, 특수효과 등 세부적 실무 미팅을 진행했다.
여기까지 보면 대관 당일 취소 통보를 한 경기관광공사의 행보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더욱이 10월 19과 20일엔 파주 개성 인삼 축제가 11월 4일에는 스피커 시연회가 같은 장소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경기관광공사는 수많은 회의를 통해 행사를 점검하며 전날까지도 대관 취소를 고려하지 않다가 왜 당일 취소 통보를 한 것일까. 과연 안보의 이유가 납득이 될 수 있을것인가?

표퓰리즘을 위해 편펴적 종교탄압을 한 경기도

사건의 이틀 전인 27일, 서울 광화문·여의도를 지나는 행인들은 일대에서 열린 종교집회의 소음공해에 얼굴을 찌푸리며 귀를 막아야 했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집회측인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집회를 하며 소음규제를 악용했기 때문이다.

집회 지역의 소음기준인 10분간 발생한 소음의 평균값(등가소음)은 70데시벨(dB)을 넘으면 안되고 측정시간 내 발생한 가장 높은 소음(최고 소음)은 90dB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악용해 경찰이 소음을 측정하는 10분 중 5분만 큰 소리를 내고 나머지 5분은 음량을 줄이는 식으로 규제를 피했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행정대응이 이처럼 다름은 경기도가 같은달 25일과 28일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수기총)의 ‘신천지 집회 허가 취소 시위’를 의식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한 아이를 가둬 불행하게 함으로 도시의 행복을 얻은 오멜라스와 특정 종교에 편파행정을 벌여 표심 많은 종교계의 행복을 얻은 경기도.
어슐러 르 귄의 오멜라스가 언제부터 ‘행복의 조건’을 시행한지는 모르지만, 경기도가 언제부터 ‘행복의 조건’을 시행한지는 추측해 볼 수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지난 1월 25일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주관의 신년기도회에 참석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지혜를 간구’했기 때문이다.

신천지예수교회는 11월 18일 일방적 대관 취소에 대한 ‘편파적인 종교탄압 규탄 궐기대회’를 열며 경기관광공사에 질문했다.
정말 안보가 문제였다면 왜 신천지와 대화하고 절충점을 찾지 않았냐고.
경기도청과 경기관광공사는 아직까지 공식 답변을 서로에게 미루며 회피하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정말 중요하게 여겨야 했던 것은 헌법 제1조 1·2항 민주주의 행정과 국민이어야 했다.

경기도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표를 의식한 정치적 판단으로 안보때문이라며 신천지를 지하실에 가두지는 않았는가, 자기합리화와 왜곡으로 진실을 회피하고 있지는 않은가.
무고하게 수백억 원의 피해를 입은 신천지예수교회는 상처 입은 존엄성을 부여잡으며 경기도에 헌법 제20조 1·2항 종교의 자유와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주문한다.

마이클 샌델은 자신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어슐러의 책에 대해 “이 (오멜라스의) 조건을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다수의 행복이라는 명분 아래 죄 없는 아이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잘못이다”고 말한다.
김동연 경기지사와 경기관광공사의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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