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길청 칼럼 > 진정한 승부

심귀영 기자 / 기사승인 : 2019-01-28 19: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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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경제동향 분석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주 돌아오는 질문들이 있다. 경기가 언제쯤 좋아질까 하는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경기순환을 중심으로 연구된 여러 연구들이 보여준 사이클은 장기, 중기, 단기 등의 순환주기 기간을 가지고 오랫동안 여러 가지 현상으로 나타나 왔다.

 


그러나 금융경제의 역할이 커지면서 점점 경기 사이클의 흐름은 그 주목도가 약화되기 시작했다. 주로 설비투자와 재고조정과 생산가동의 문제가 주된 요인으로 작동하던 경기순환 흐름이 가공의 차입수요를 새로이 만들고 조절하는 금융기능이 강화되면서 그 사용의 빈도가 낮아지고 인식의 중요도가 흔들리고 있다. 물론 지금도 경기리듬과 그 시점을 연구하는 노력들은 이어지고 있지만, 인위적인 재정개입이나 금리조절과 공동의 환율정책 등이 만연해 지면서 경기순환이론은 그 유효성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더 본격적으로 경기순환 주기가 후퇴할 가능성은 바로 산업혁명의 등장에 있다고 본다. 특히 지난 2010년대 이후의 글로벌 반도체시장의 경우 엄청난 량과 상당한 가격이 거래되는 가운데 그 우 상향 상승기조가 크게 흔들리지 않고 계속 가격상승과 생산량이 올라가는 놀라운 기염을 토했다.


이전에 과잉설비로 고전하던 반도체 기업들이 설비를 대폭 줄이고 일부는 퇴장한 시점에서 이런 일이 생겨난 것은 단순한 설비조정이나 재고조정이나 가격조정이 아닌 산업혁명기에 나타나는 새로운 경제운용의 면모라고 보아야 한다.


과거 100년 전 쯤에도 이런 유사한 일은 있었다. 바로 미국의 자동차업계의 동향이다. 당시 새로운 기술로 각광을 받은 자동차산업은 연일 기술혁신의 속도가 높아져 신차 발매가 봇물을 이루게 되었다.


당시는 미국에서만 1만개 가까운 작은 업체들이 거의 수공업으로 자동차를 만들던 시절이다. 꽤나 업체가 정비가 된 1920년대 후반에도 1년 동안 미국서만 나온 신차 모델이 무려 수백여 종류에 육박했다고 하니 당시 자동차보급률이 20%도 안 되는 상황에서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처럼 언제나 신산업의 기술개발 열기는 과열 구간을 반드시 지나간다.


그것은 마치 15세기에 신대륙을 찾으러 떠나던 유럽의 해양 정벌 붐과도 같다. 이 시기에 가장 먼저 왕성한 해양 정벌을 전개한 작은 나라 포르투갈은 브라질, 말라카 해협 등의 멀고 거대한 식민지 정벌은 어느 정도 이루어 냈지만, 장기간 해양도전에 국력을 무리하게 소모한 결과, 17세기에는 이웃나라 스페인과 군주를 하나로 받아들이는 동군연합(personal union)을 하면서 세계사에서 서서히 존재감이 사라졌고, 지금도 작은 나라로 상당히 어려운 시대를 보내고 있다.

 
오늘의 이러한 기술혁신과 혁명적인 신산업의 전개는 언젠가는 혼돈과 과열지대를 통과하고 장기적이고 표준적인 안정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겠지만, 적어도 작금의 시기는 격변의 연속으로 보인다. 그래서 경기순환의 리듬을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만일 이런 일이 길게 진행되면 주식투자 현장에서는 시장의 챠트나 컴퓨터를 사용하는 기술적 분석을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주식투자를 전업으로 하게 되면 두 가지의 판단도구와 결정수단을 많이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나는 과거 주가와 거래량의 기초데이터를 사용하는 기술적 분석과, 시계열적으로 복잡하고 많은 주가설명 변수와 그의 정성적 연관성 사안을 찾아내어 이를 수치와 기호로 변환하여 만드는 의사결정 시스템을 빌려 투자하는 것이다. 요즘은 인공지능이나 빅 데이터, 지능로봇 등이 많이 사용되는 양상이다.


한치 앞을 모르는 투자시장에서 전가의 보도(best card)는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자기만의 절묘한 사용도구를 찾으려 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동안 투자분석가로 활동해온 소감은 사용도구는 몰라도 절호의 기회(golden asking)는 온다고 생각한다.

 
워렌 버핏은 2008년 미국 증시가 대폭락을 시작할 무렵에 금융위기의 당사자 중의 하나인 골드만 삭스의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그리고 그날 미국전역에 방송된 뉴스에 출연하여 지금은 주식을 사야할 때라고 자신 있는 어조로 강조했다.


지금도 아직 유럽은 그 때의 일이 다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데, 당시에 불과 사고난지 몇일도 지나지 않아서 그것도 당사자인 초대형 금융투자회사 주식을 엄청난 단위로 사들이는 투자거인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시장은 크고 작은 순환흐름이 끊어지면 이렇듯 기회가 찾아온다. 그 이유는 공포와 공매도의 관계에 많이 얽혀있다. 누군가가 주가 하락을 보고 만일 이후 전망을 반대로 내다보고 주식을 사들인다 하더라도, 더 많은 누군가는 이를 이용해 공매도를 하려고 잔뜩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럴 때 이후에 나타나는 매수절벽이 두려운 것이다.

 
사실 주식투자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매수절벽이 가져오는 거래절벽이다. 작은 자본금의 기업이 전문투자가들에게 환영받기 어려운 것도 바로 적은 거래의 문제이다. 그래서 작은 기업은 내재가치(intrinsic value)에 비해 과소평가되기 십상이어서 실제로 작은 기업에 투자하여 더 큰 수익이 나면 이를 두고 적은기업 효과(small firm effect)라고도 한다.


그런데 시장위험이 증가하여 주가가 동시에 급락하면 오히려 대표적인 대형주가 급락하고 특히 이미 저평가된 상태의 경기에 민감한 우량주가 같이 내려간다. 그런 시기에는 경기흐름이 끊어진다고 보아 대형우량주에 소외주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워렌 버핏은 당시에 금융주인 골드만 삭스를 글로벌 금융위험 발생당사자이자 경기민감주로서 소외주 현상으로 파악하고 대량의 과잉매물이 나오는 시기를 자신의 대량매수 타이밍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2019년 새해 들어서는 이미 이전부터 약세였던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어떨까.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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