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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5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 가구 간 소득 격차가 처음으로 2억 원을 넘어섰다. 상위 10%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2억 1,051만 원인 반면에 하위 10%의 소득은 1,019만 원에 불과해 그 차이가 무려 2억 32만 원에 이른다. 통계가 작성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2억 원을 돌파했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커진 데다 고소득자의 이자·배당수익 등 재산소득이 불어나면서 격차가 벌어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소득 격차는 자산 양극화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소득 상위 10%의 자산은 16억 2,895만 원으로 소득 하위 10%의 1억 2,803만 원보다 15억 92만 원이나 많았다. 계층 간 불평등 심화 현상은 여러 다른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대표적인 소득재분배 지표인 소득 5분위 배율과 소득 불평등 지수인 ‘지니계수(Gini’s coefficient)’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는 개선 속도가 빨랐으나 윤석열 정부 들어서면서 그 속도가 크게 느려졌고, 상대적 빈곤율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특히, 자산 불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7년 0.584에서 올해 0.612까지 7년 연속 상승 중이다.
현 정부 들어 소득 불평등 수준 개선 속도가 크게 지체된 결과로 나타났다. 박근혜·문재인 정부 때는 기초연금 도입은 물론 근로장려금과 같은 저소득층 지원을 확대한 데 반해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는 강화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소득분배 지표가 빠르게 개선된 바 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소득분배 개선이 정체되고 자산 불평등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긴축재정 정책으로 재정의 재분배 기능의 약화를 불러온 데 반하여 부동산 규제 완화와 고금리 장기화 등 상위 계층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결과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고 경기마저 하강하고 있어 가구 간 소득·자산 불평등 심화가 그 어느 때보다 우려되는 상황이다. 애초 올해 초 발표하기로 했던 정부의 양극화 타개 대책도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탄핵정국으로 사실상 실종됐다. 불황기에는 저소득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제일 심하게 타격을 입는 만큼 정부와 국회가 이들을 품고 보듬을 수 있는 민생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기를 바란다.
문제는 작금의 정치·경제적 여건상 불평등 수준이 향후 더 나빠질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다. 소득·자산 지표는 조사 결과가 대개 1년 늦게 발표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말께나 발표될 2024년 지표는 더 악화해 있을 수 있다. 왜냐면 정부의 재분배 기능이 건전재정에 대한 지나친 고집 탓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데다 부자 감세 및 대규모 세수결손이 더해져 올해 소득 불평등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으로 경제주체들의 소비·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로 잠재성장률(2.0%)을 밑돌 것이라는 악재 우려 때문이다. 흔히 불평등의 문제는 정치적 선택의 결과라고 일컬어진다. 정부가 조세·재정 정책을 통해 재분배 정책을 얼마나 강도 높게 펴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결론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일관되게 부자 감세와 긴축재정 정책을 펴와 불평등 정체 또는 심화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다.
대기업에 종사하는 고소득자는 ‘성과급 잔치’ 덕에 저소득층과의 임금 격차를 벌린 한편 이자·배당수익 등 재산소득도 급격히 늘린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해 1∼11월 대기업의 제조업 생산지수는 전년 동기보다 5.2% 증가한 114.8(2020년=100)을 기록했다. 산업생산지수는 우리나라 산업의 생산 활동을 종합적으로,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반도체와 자동차 덕분에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5년 이후 최대치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0.9% 줄어든 98.1에 그쳤다. 통계가 집계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소기업의 제조업 생산은 2023년(-1.3%)에 이어 2년째 감소세다. 대기업 호황과 달리 중소 제조업은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특히 장기화 전망이 나오는 고환율 기조는 원자재 가격을 올려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을 더 옥죌 수 있는 요인이다.
여기에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끝이 보이지 않고 ‘리더십’도 실종한 지 오래다. 사실상 공백 상태에 빠져 정책 동력마저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불평등 심화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분열을 더욱 악화시켜 공동체 기반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여·야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하루빨리 서둘러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하고 화급한 민생 대책을 논의하여 우리 경제를 나락으로 몰고 가는 근인(根因)인 ‘불확실성’부터 조기 불식시키기 바란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가 여·야 눈치만 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먼저 주도적으로 추경예산 편성을 제안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초(超)양극화 현상을 서둘러 완화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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