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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힘든 과정 끝에 과거에 급제해 벼슬길에 들어선 것을 비유한 ‘등용문(登龍門)’이란 고사(古史)에서 유래했다. 중국 황허(黃河) 상류에 용문(龍門)이라는 협곡이 있었는데 복숭아꽃이 필 무렵이면 수없이 많은 잉어가 황허의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지만 용문(龍門) 폭포에서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물살이 너무 세차고 빨라 거슬러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장 용감하고 신령스러운 잉어 한 마리는 거센 급류를 뚫고 폭포 정상으로 뛰어오른다. 이때 몸에서 비늘이 거꾸로 돋으면서 잉어는 용(龍)으로 변해 승천(昇天)한다고 한다. 세상은 이를 일러 ‘어변성룡(魚變成龍)’이라고 했다.
생각해 보면 용(龍)도 원래는 잉어에 불과했다. 시작은 미물인 물고기였던 터이다. 물고기가 변해 용(龍)이 됐다고 함은 엄청난 성취임에는 분명 틀림이 없다. 이는 우리에게 도전의 의미를 상기(想起)시키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준다. 용(龍)은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은 상상의 동물이지만 영향력이 강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하고 남음이 있다. 절망에서 희망을 만드는 영물(靈物)인 셈이다. 하지만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속담은 더 이상 유의미(有意味)하지 않게 변한 것 같다. 용(龍)이 되려면 일단 시골 개천을 벗어나야만 하고, 무엇보다 ‘한강’에 가까워져야만 한다는 게 수치로 확인이 되면서다. 그래서 ‘시골 개천에서 용 안 난다. 서울 개천에서만 용 난다’라고 한다. 부모가 물려준 가난으로부터 탈출하려면 자녀는 서울로 가야만 더 큰 재화를 쌓을 수 있게 됐다는 저간(這間)의 논리다.
사실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속담은 과거 우리나라의 고도성장기에 빈번하던, 자식 세대의 지위가 부모보다 월등히 나아지는 극적인 계층 이동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세대 간 계층 이동의 역동성이 이전에 비해 약화하고 있다는 경고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확대되고 있는 지역 간 격차는 거주지역의 대물림과 맞물려 세대 간 경제력의 대물림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인구의 절반가량이 출생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것을 감안(勘案)한다면, 지역별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이 개인에게 그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이 높은 지역으로 이주해 계층 상승을 이루려고 해도, 상당한 비용 탓에 그러한 기회조차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된 자녀들에게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절호의 기회와 양질의 일자리가 오직 수도권에만 집중된 결과로 국토 균형발전이 획기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이와 같은 ‘트렌드(Trend)’가 지속하게 되고 고착화(固着化)한다면, 비(非)수도권은 인재가 모두 다 떠나 고사(枯死)할 운명을 맞게 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해 보인다. 이를 방증(傍證)이라도 하듯 갈수록 커지고 있는 수도권과 비(非)수도권 간 격차가 세대 간 계층 이동의 역동성까지 떨어뜨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11일 펴낸 ‘지역 간 인구이동과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이라는 제하의 BOK 이슈노트(제2026-6호)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소득과 자산의 두 측면 모두에서 세대 간 대물림이 확연히 심화하고 있다. 대물림 정도를 측정하는 데 널리 활용되는 소득백분위 기울기(RRS │ Rank-Rank Slope)가 0.25로 추정되었는데, 이는 부모의 소득 순위가 100명 중 10위 상승하면 자녀의 소득 순위는 2.5위 상승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소득 100분위 기울기(RRS)가 1에 가까울수록 대물림이 심하다는 의미인데 자산을 기준으로 한 자산백분위 기울기는 그보다 큰 0.38로, 소득에 비해 자산의 대물림이 더 강하게 관찰되었다. 소득백분위 기울기는 1971~1980년생 자녀에서 0.11이었지만 1981~1990년생 자녀에서 보면 0.32로 상승했고, 자산백분위 기울기도 0.28에서 0.42로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자녀가 부모 품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우 교육환경, 직장 등 경제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함께 변화하므로 경제력이 개선되고 나아가 세대간 대물림을 완화하는 경향이 있다. 미시자료 분석 결과 이주한 자녀의 평균 소득백분위는 부모보다 6.5%포인트 상승하는 반면에 비(非) 이주 자녀는 오히려 2.6%포인트 하락하였다. 또한 이주 자녀 집단의 소득 및 자산 RRS(0.13 │ 0.26)는 비(非) 이주 집단(0.33 │ 0.46)보다 현저히 낮아 이주집단에서 세대 간 대물림이 덜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특히 비(非)수도권에서 태어난 자녀가 이주하지 않고 고향에 머무는 경우 경제력이 개선되는 비율은 갈수록 작아졌다. 부모 소득이 하위 50%인 비(非)수도권 출신(1986~1990년생)을 놓고 봤을 때, 이들이 서울 등으로 이사하지 않는 경우 무려 10명 중 8명(80.9%)이 소득 상위 50%로 도약하지 못했다. 이들보다 앞선 세대(1971~1985년생)는 그 비율이 58.9%에 그쳤다.
무엇보다도 가난한 부모 곁에 머물수록, 수도권으로 이주하지 않을수록 계층을 대물림하는 경향이 짙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모가 재산을 고스란히 자식에게 물려주는 우리나라 풍토에 비춰보면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난 청년에게 계층 이동이 더 힘들었던 건 결단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개인 노력에 따라 누구라도 ‘용(龍)’이 될 수 있었던 여지는 고속 성장을 가능케 한 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 여기에 더해서 비(非)수도권에 계속 머물렀다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는 공식마저 굳어진 셈이 되어버렸다. 부모는 물론 태어난 지역 또한 평생 계층을 결정짓는 주요 변인(變因)이 된 것이다. 청년이 짊어질 고통은 더 크고 더 무거워진 것이란 평가다.
지방 출신 소득 하위 청년에게 오직 상경만이 해법이 되는 상황은 여러모로 심각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인재가 찾지 않는 지방대학과 지역 중소기업들은 더 공동화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거듭해서 ‘수도권 올인’ 문제를 지적하고 지방 주도 성장을 강조했다. 이러한 다짐이 구체적인 비(非)수도권 개발 규제 해소와 거점도시 인프라·일자리 투자 집중으로 신속히 이어져야만 한다. 부모 경제력이 뒷받침된 자녀는 수도권 이주를 통해 계층 상승 기회를 얻게 되지만, 고향에 남은 자녀는 ‘가난의 대물림’을 겪는다는 통념이 실증 분석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최근 세대로 근접해 올수록 더욱 선명해졌다. 이렇듯 대물림이 공고화하고 있는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이번 ‘지역 간 인구이동과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 보고서는 지역 간 격차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특히 1인당 본원소득(本源所得) 잔액을 보면 수도권과 비(非)수도권 차이가 2005년 320만 원에서 2023년 550만 원으로 230만 원(71.87%)이나 증가했다. 그렇지 않아도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좁아졌는데, 지역 격차가 이런 흐름을 더욱 견고하게 굳히고 있다. 2005년 대비 2025년 아파트 가격은 20년 새 서울이 19.6%, 수도권이 15.4% 상승했지만, 비(非)수도권은 오히려 3.0% 하락했다. 한국에서는 태어난 지역이 곧 계층의 출발선이 되는 구조가 굳건히 자리 잡혔다는 얘기다. 자녀의 거주지는 부모 거주지와 같거나 인근인 경우가 많은 탓에, 수도권과 비(非)수도권의 격차가 벌어지면 수도권 출생 자녀와 비(非)수도권 출생 자녀의 경제력 격차도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이주로 인한 자녀 세대의 소득계층 상승효과, 즉 이주 효과가 출생지와 이주지에 따라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먼저 수도권에서 태어난 자녀들은 수도권 권역 내에서 이주했을 때, 특히 저소득층 자녀를 중심으로 계층 상향 이동이 이뤄지고 있었다. 반면 비(非)수도권 출생 자녀들은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경우는 경제력 개선 폭이 커졌지만, 광역권역 내부에서 시·도간 이주 시에는 그 효과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과거 세대(현재 50대)는 비(非)수도권에서 태어나 거점도시 대학을 졸업한 집단과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한 집단의 평균 소득백분위가 각각 61.7%, 62.3%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면 최근에는(현재 30대) 수도권 대학 졸업 집단의 평균 소득(61.8%)이 지역 거점도시 대학 졸업 집단(53.3%)을 크게 상회(上廻)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거점도시 대학의 경쟁력 약화와 더불어, 비(非)수도권 전반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구조적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자녀들이 더 높은 소득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면, 일반적으로는 부모보다 경제력이 개선됐다. 하지만 수도권으로 이주했을 경우와 비수도권으로 이주했을 경우는 개선 효과가 확연히 달랐다. 비(非)수도권 출생 소득 하위 25% 저소득층 자녀가 소득 상위 50%에 진입한 비율을 보면 비(非) 이주 그룹이 35.7%, 같은 권역으로 이주한 그룹은 44.0%인 데 비해, 수도권으로 이주한 그룹은 63.3%에 달했다. 문제는 저소득층이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것은 높은 집값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비(非)수도권에서 태어나 고향에 남은 비(非) 이주 그룹에서는 ‘가난의 대물림’이 심화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세대 간 계층 이동성이 저하되면 공동체 통합과 경제성장에도 당연히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은 자명(自明)하다. 경제력 대물림을 부추기는 것 외에도 지역 격차 확대의 부작용은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 지역 공동화, 초저출산 등 한둘이 아니라 켜켜이 쌓이고 있다. 지방 출신 소득 하위 청년에게 오직 상경만이 해법이 되는 상황은 여러모로 심각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인재가 찾지 않는 지방대학과 지역 중소기업들은 더 공동화(空洞化)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6일 “이제 균형성장, 균형발전을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1일 2026년 붉은 말의 병오년(丙午年) 신년사를 통해 “2026년이 ‘대전환을 통한 대도약의 원년’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오직 국민만 믿고 뚜벅뚜벅 나아가겠다.”라며, 대한민국 경제 대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성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라면서 ‘수도권 중심 성장’에서 ‘지방 주도 성장’으로 대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지 지방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가난이 대물림되는 최악의 비정상은 결단코 용납될 수 없다. 정부는 단호하고 결연한 의지를 굳건히 하고 균형발전 전략 실행에 서둘러 나서야만 한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획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신속히 마련해 서둘러 실행으로 옮겨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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