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폭풍권에 내몰린 위기의 한국경제 구해낼 골든타임마저 놓칠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2-10-07 16: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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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한국경제가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를 맞고 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의 ‘트리플(Triple) 상승’에 더하여 증시 하락과 6개월 연속 무역적자라는 경제 위기 쓰나미가 밀어닥치면서 국내 기업과 가계들이 버티기조차 힘든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그야말로 폭풍권에 내몰린 위기의 한국경제가 위태롭게 헐떡이며 숨넘어가는 소리만 힘겹다.

우선 급한 불이 고환율이다. ‘킹 달러(King dollar │ 달러 초강세) 의 폭격’으로 인한 원화 약세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1,1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해 지난 6월엔 1,300원을 넘어섰고, 지난달인 9월엔 1,400원대로 올라섰다. 조만간 1,500원대마저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 10월 1일 매매기준율 원·달러 환율은 1,441원이다. 일각에선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에 1997년과 같은 금융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자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대응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연말로 종료된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Currency swap)를 다시 체결해야만 한다는 목소리가 주목받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성사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미국경제 입장에선 달러 강세를 유지하는 것이 수입물가를 낮춰 전반적인 물가 관리에 더 도움이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장에 달러를 풀어 달러의 가치를 낮추게 되는 통화 스와프를 체결할 필요가 별로 없다는 의미다.

다음은 천정부지로 매섭게 치솟은 고물가다. 통계청이 지난 9월 2일 발표한 ‘2022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62(2020년=100)로 전년 동월보다 5.7% 상승했다. 지난 6월과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년 동기간 대비 각각 6.0%, 6.3%로 두 달간 6%대를 기록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6%대 이상을 기록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0월(7.2%), 11월(6.8%) 이후 처음이다. 다행히 소비자물가가 8월 들어 상승률이 다소 둔화하면서 7개월 만에 5%대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5.7%로 고공행진 중이다.

더구나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에다 지난 10월 1일부터 전기·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에 따라 평균 전력량을 사용하는 4인 가구의 전기요금은 월 2,270원가량 오르고, 가구당 월평균 가스 요금은 약 5,400원가량 올라 서울시 4인 가구 기준 월평균, 전기·가스 요금 부담이 약 7,670원 가까이 더 부담하게 됐다. 문제는 소비자물가에 미칠 후폭풍이다. 정부는 이번 공공요금 인상에 따라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3%포인트가량 추가 상승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물가가 다시 6%대로 올라설 수 있다라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상승을 거듭하고 있는 고금리 문제다. 경기침체를 무릅쓰고라도 8%대 물가 상승세부터 꺾어야 한다고 판단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가 지난 9월 21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큰 폭으로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의 거인 스텝을 올해 들어서 세 번씩이나 걸음으로써 미국 기준금리를 3.00% ∼ 3.25%로 무려 14년 8개월 만의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이는 미국의 고물가를 벗어나기 위한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현행 한국의 기준금리 2.50%보다 0.50% ∼ 0.75%포인트나 높아져 한·미 금리 역전 현상으로 이어졌다.

한국은행도 고물가 고착화(固着化)를 막기 위해 경기둔화를 감수한 채 사상 처음으로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한국은행 역사에 일찍이 없었던 특단(特段)의 조치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둔화를 심화시키고 대출 이자 부담을 높이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자금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 계층과 중소기업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하지만 역사의 흐름을 뒤돌아보면 연준(Fed)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돈줄을 조일 때 신흥국에선 ‘긴축 발작(Taper tantrum │ 신흥국에 유입된 자본이 이탈하면서 발생하는 충격)’이 일어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편, 증권시장의 하락도 문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가 기준금리를 3.00% ∼ 3.25%로 올리는‘초긴축 펀치’로 촉발된 전 세계의 금리 인상과 ‘킹 달러(King dollar │ 달러 초강세) 의 폭격’으로 경기침체의 암운이 국내 증시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고점에서 이미 40% 가까이 미끄러진 코스피(KOSPI)는 오는 4분기 2,000선도 위태롭다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10월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KOSPI) 지수는 지난 9월 30일 장중 2,134.77까지 떨어져 연저점을 경신했다.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1,181.31(35.6%) 하락했다. 코스피는 지난해 6월 25일 장중 3,316.08을 찍은 뒤 긴축 기조로 하락을 거듭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2,203조3,660억 원에서 지난 9월 30일 1,698조4,500억 원으로 9개월 새 504조9,160억 원이나 증발했다.

코스닥(KOSDAQ) 지수도 같은 날 장중 661.65까지 하락해 지난해 8월 6일 장중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1,062.03에서 37.7% 하락하면서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한국 증시에서 돈을 찾아 안전한 투자처로 옮기고 있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계속 이탈하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30%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의 시총 비중이 30%를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7월 13일 29.92% 이후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해 말 785조 원으로 두 배 넘게 불어난 외국인 자금은 8월 말 630조 원으로 20%가량 감소해 더 줄어들 여지가 크다.

게다가 6개월 연속 무역수지에 적자 비상등이 지속해서 켜지고 있는 것도 충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0월 1일 발표한 ‘2022년 9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인 9월 무역수지는 37억7,000만 달러 적자였다.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이상 연속된 무역적자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들어 누적 무역적자는 벌써 288억7,600만 달러로 불어나 300억 달러에 육박했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최대치로 1996년 기록한 역대 최대 적자인 206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무역적자의 주된 원인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지 않은 탓이다.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은 1년 전보다 81% 급증한 179억6,000만 달러였다. 수입은 2월 한 달만 빼고 매달 600억 달러를 웃돌아 월평균 25%씩 늘어나고 있다. 수출이 한 자릿수 증가세에 그친 데 반하여 고공행진 하는 에너지 가격 등으로 수입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또한 지난달 반도체 수출이 두 달 연속 감소했고, 석유화학 철강 등도 부진해 수출은 2.8%밖에 안 늘었는데,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올라 수입이 18.6%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치솟는 수입을 수출이 감당해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까지 겹쳐 한국의 무역적자는 고착화하는 모양새다. 잠시 떨어지던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움직임에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에너지 가격만 안정되면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던 정부 기대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한층 커보인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을 잡을 때까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겠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의 태도가 단호하고 분명해지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는 기정사실이 됐다. ‘반도체 빙하기’를 맞아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매출 가이던스를 4월 전망치보다 30%가량 낮춰잡았고, SK하이닉스도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정유업계는 잇달아 투자계획을 철회하기 시작했으며, 주요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며 돈 가뭄에 대비해 서둘러 현금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처럼 실물과 금융 양쪽에서 위기가 동시에 들이닥치는 모양새가 목도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9월 2일 발표한 ‘2022년 무역수지 전망 및 시사점’에서 연간 무역적자가 480억 달러(약 69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480억 달러는 무역통계가 작성된 1964년 이후 최대 규모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06억2,000만 달러의 약 2.3배에 달한다. 무역적자가 불어나면 경상수지도 적자에 빠질 우려가 커진다. 대외여건 악화에 경상수지 흑자 폭은 줄어들고 있고, 지난 7월 상품수지는 10년 3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기업 역외실적과 금융·서비스를 포함한 경상수지가 곧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으로 올해 110조8,000억 원에 달하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예고된 가운데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때는 재정수지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겹치는 ‘쌍둥이 적자’ 위험이 현실화하게 된다. 가뜩이나 높은 환율이 더 치솟고 국가신용등급은 떨어지며, 외국인은 자금을 빼가고 외환보유액마저 부족해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번질 수도 있다. 쌍둥이 적자가 일어나면 거시경제를 관리할 정부 수단이 그만큼 줄어든다. 적극적 규제 완화로 민간 활력을 높이고 성장을 도출해 내야만 한다.

이렇듯 현재 한국경제는 외환위기 당시의 고환율, 금융위기 당시의 고금리에 더해 고유가와 사상 최고치를 찍은 정부·가계·기업부채, 코로나19 충격 등 회복하기 힘든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 봉착해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도 일본처럼 장기 저성장 기조가 본격화하고 있음은 명확해 보인다. 이대로라면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보다 더 큰 위기가 올 수도 있음을 명찰하고 적극적이고 실행력 있는 대비책을 서둘러 강구해 나가야만 한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임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정부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외환보유액과 대외자산이 상당한 규모로 준비돼있으며 단기외채 비율도 높지 않아 위기 상황이 닥치더라도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는 듯 보인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금융위기 직전이던 2008년 3월 외환보유액이 2,642억 달러의 2배 가까운 4,364억 달러에 이르지만 언제든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 당시 외환보유액 2,642억 달러가 불과 8개월 만에 637억 달러나 줄어들면서 위기를 맞은 참담했던 비극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이렇듯 대외 매크로(Macro │ 거시 경제) 악재들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암운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견조(堅調 │ 내리지 않고 높은 상태에 계속 머물러 있음)한 대외건전성 지표 등을 고려할 때 우리 경제는 아직 흔들릴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9월 30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서 경제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외부 시각”이라며, “한국은 엄청난 외환보유고가 있고 경상수지도 큰 틀에서 괜찮다. 단기적인 자본 움직임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위기 상황의 재연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라고 경제위기설을 일축했다.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플랜 1’은 물론 ‘플랜 2’와 ‘플랜 3’을 준비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부는 외화유동성 상황이 예상보다 나빠질 수 있음을 통찰하고 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함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 경색이 지속될 가능성도 커가고 있음을 명찰하고 에너지·자원 외교를 강화해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물론 작금의 전방위적 위기 조짐은 특정 국가나 지역에 한정돼 있다고 볼 수만은 없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경기 침체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만큼 좋지 않은 대외여건이 국내로 전이될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언제든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대내외적 악재가 산적해 있는 현실을 팽팽한 김장감을 갖고 매의 눈으로 직시해야만 한다. 이런 현실과 괴리된 진단은 위기를 극복할 정부의 전략과 의지를 의심케 해 시장의 불안만 키우게 된다. 주요 산업 등 부문에서 전반적인 체질 개선을 도모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과 가계 모두 당장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해소해 가는 대응 조치에 일말의 소홀함도 없어야 할 것이다.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하고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만 고통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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