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길청 칼럼 > 겉과 속

심귀영 기자 / 기사승인 : 2019-01-21 15: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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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시장에서 일하게 되면 늘 두 가지의 얼굴을 보게 된다. 하나는 기업 경영을 맡고 있는 경영주주의 얼굴과 하나는 수익이나 차익을 내기위해 찾아오는 투자자의 얼굴이다. 관련하여 기업에는 두 가지의 회계정보가 있다. 하나는 경영주주가 경영관리의 목적으로 작성하고 운용하는 내부적인 관리회계(managerial accounting)가 있고, 하나는 외부로 공표하기 위해 만드는 재무회계(financial accounting)가 있다, 우리가 금융투자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접하는 소식은 바로 재무회계 정보들이다.

 


오래전 일이지만 기업에서 관리회계를 전문으로 다루던 자리에서 갑자기 재무회계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자리로 옮기고 나서 참 한동안 먹먹했다. 기업 내부의 경영정보의 진정성과 공표과정도 잘 모르면서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다듬어진 외부정보 위주로 투자를 조언하고 있는 가하고 많이 의아해했다.


그 후로 우리 정부는 금융감독 기능을 더 강화하고 외부감사제도의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을 많이 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를 통해 글로벌수준의 기업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을 상당히 경주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회계와 재무회계의 간극(gap)은 언제나 또 얼마간은 늘 존재할 것이다.


이런 일은 의뢰인의 진실과 그가 공개하는 자료와 사이에서 그를 위해 사건의 진위를 가려야 하는 법조인들의 세계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또 환자의 진정한 병인(cause of disease)을 찾는 문제도 환자가 공개하는 문진과 외부 증상으로만 진단해야 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도 이런 간극은 존재한다.


요즘 일부 정치인 사이에 어느 지방도시의 도시재생에 관련된 정치인과 그 주변 인물들의 부동산 취득을 놓고 그 진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정치인들에게는 기지회견이란 자리가 있다, 기업으로 말하면 아마 재무회계 같은 형식일수도 있다. 하지만 기자들은 그 회견을 가장 중요한 팩트로 다룰 수밖에 없다.


이렇게 소위 학습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일하는 사람들일수록 겉과 속이 다른 사안을 분별하는 일을 맡고 살아간다.


그러나 현장에서 무엇을 이루거나 이루려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 목소리를 낸다. 그들이 가진 다른 속셈이 있다면 영원히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들이 은퇴 후 내는 회고록이 관심을 끌지만 그 또한 자기 과거의 관대한 재구성의 범주일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스타벅스를 이끌던 하워드 슐츠가 이제 2년 앞둔 미국 대선에 무소속으로 대통령 출마를 꿈꾼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동안 민주당을 지지해온 그는 사실 지난해 회장 직을 내놓은 상태이고, 곧 전국적인 토크 이벤트를 하러 다닐 거라 했다. 전 세계에 25,000여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그는 공정무역이나 소수자 보호 등의 사회적 균형감각을 보여준 이력은 있지만, 그가 갑자기 정치의 생각을 말하려 한다면 과연 그건 무엇 때문일까.

 
지금 미국 대통령도 유명한 기업인에서 이리 옮겨 온 사람이다. 직전의 뉴욕시장도 기업인인 블룸버그가 오랫동안 맡은 바 있고, 실은 그도 요즘 대선출마 얘기가 나온다.


우리도 몇 명의 기업인이 잠시 또는 실제로 대통령선거를 나오려했거나 나왔다. 정치를 하려는 기업인들의 진정한 속셈이 있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러나 투자자의 입장에서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기업인이 정치를 한다면 그의 속셈은 모르더라도 반드시 그로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의 하나를 대리인비용(agency cost)이라고 한다. 아무리 유능한 경영자도 정치에 발을 들이면 내부의 기업경영은 그의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하고 그로인해 생기는 유 무형 비용이나 손실을 그렇게 부른다.


하워드 슐츠는 왜 이런 비용을 감수하고 경영자 자리를 내려놓고 거리로 나오는가. 두 가지로 보여 지는 대목이 있다. 하나는 인간의 욕구의 자연스러운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잘 아는 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의 최상의 욕구를 자기실현의 욕구라고 했듯이 그도 자기 내면의 꿈을 도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외부효과(external effect)란 말도 있다. 기업이 다른 주체들에게 기대하지 않은 손실이나 이득을 주려는 것을 말한다. 기업인의 정치활동으로 인해 관련된 고객이나 거래처나 직원들에게 상품가치나 서비스가치나 이득이외의 기대감을 가지게 하거나 반대로 이로 인해 피해를 주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트럼프의 취임이후 맨해튼의 트럼프타워는 방문객이 많아지고 있지만, 그에게 실망한 사람들은 트럼프건물 입주를 피한다는 소식도 있다, 이게 바로 외부효과이다.


대중을 상대하는 자리에 가면 이렇게 겉과 속이 다른 삶을 살기가 일쑤이다. 요즘 먹방이란 이름으로 방송에 소개되는 맛 집들이 있다. 시청자들은 그 집이 선정되고 또 공개적으로 소개되는 과정을 잘 모른다. 그래서 그 사이에 음식전문가들이란 매개역할을 두고 있는데, 이들 중 유명 먹방방송 전문가 두 사람이 요즘 서로 진실공방으로 다투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참 이런 소란들이 공연하다 싶다.


이른바 소통이란 이름으로 요즘 사회를 표현하지만 정말 소통은 우리의 삶을 더 진정한 세상으로 이끄는 필요한 발전상일까. 가만히 면면을 뜯어보니 주로 성정이 거침없는 이들이 소통을 잘한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말도 거칠고 표정도 강력하고 아마도 심장도 튼튼할 게다. 분명한 건 얼굴은 참 두꺼운 사람들인 것 같고 남의 심정은 안중에 적은 사람들이다.


당대의 사업가이자 투자대가인 워렌버핏은 가족들의 고향인 내브래스카의 오마하란 작은 도시에서 조용한 경영주주이자 투자기업인의 삶을 평생 친구 한사람과 단촐한 가족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일 년에 한번 소액 주주들을 만나 직접 얘기하고 가끔 편지를 쓰는 것으로 소통을 가름한다.

 

그리고 어느 날 불쑥 빌 게이츠를 찾아가 자기돈 수십조 원을 건네주며 빌 게이츠부부가 하는 자선사업에 보태달라고 주고 왔다. 머지않아 백수를 저만큼 앞에 둔 자기는 이제 직접 자산사업을 하기도 시간여유가 많지 않다고 하면서. 모름지기 돈을 다루는 사람들의 삶은 그가 돈을 벌든 돈을 쓰든 호수가의 오솔길을 걷는 것 같이 고요하고 맑아야 한다고 역시 투자의 대가인 코스탈리니가 생전에 말했다.

 

 이렇듯 누구나 돈 문제 앞에서 공연히 신경이 곤두서고 마음이 흔들리면 몇 발 물러서서 정신을 다스리고 일상을 추스르고 나서 다가서야 한다. 아무튼 이제 커피 대통령이라던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는 이렇게 예순여섯의 나이에 스타벅스의 드라이브 스루(drive though) 길을 따라 거리로 나섰다.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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