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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실수요자들이 불안 심리로 주택 매수에 뛰어들면 추석 이후 더 출렁일 가능성도 있다. 시장 과열을 막고 반전시킬 종합적이고 강력한 대책을 강구할 때가 됐다. 이렇듯 두 규제가 실수요자의 불안을 잠재우기는커녕 오히려 내 집 마련을 미처 하지 못한 사람들의 “좋은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라는 불안감인 ‘포모(FOMO │ Fear of missing out │ 소외 공포)’만 되레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아직 집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은 ‘포모(FOMO)’에 시달리며 은행 창구에서라도 대출 상담을 받으려 발품을 팔고 있다. 집값 오름세가 이어지자 “더 늦으면 기회를 잃는다.”라는 불안 심리가 확대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공급 대책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자 관망하던 수요자들까지 매수세로 돌아서며 ‘쏠림 현상(Tipping effect)’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0월 2일 발표한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 : 2025년 9월 5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올해 9월 다섯째 주(9월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가격상승 기대감이 있는 재건축 추진 단지 및 대단지·역세권 등 정주 여건이 양호한 선호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증가하고, 상승거래가 포착되는 등 서울 전체가 상승하며, 1주 새 0.27% 상승했다. 상승 폭은 직전 주 0.19%보다 0.08% 포인트 상승했고, 대출 규제 발표 전인 6월 둘째 주 0.26%보다도 0.01%나 웃돌았다.
올해 9월 들어서도 9월 1일 0.08%, 8일 0.09%, 15일 0.12%, 22일 0.19%에 이어 29일 0.27%로까지 상승률도 매주 높아지고 있다. 강남 3구의 불패 분위기는 여전한 데다 광진구(0.65%)가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한강 벨트 지역이 폭등세를 보이면서 시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공교롭게도 정부가 ‘9·7 공급 대책’을 발표한 즈음부터 서울 아파트값 오름폭이 커졌다. 특히 성동(0.78%)·마포(0.69%)·광진(0.65%)·강동(0.49%)은 전체 상승세를 견인하는 ‘불장’이 됐다. ‘똘똘한 한 채’ 심리를 누그러뜨리기엔 대출 규제만으로 부족하고, ‘9·7 공급 대책’ 발표 후에도 주택 수요자들이 이른바 ‘한강 벨트’ 지역을 규제 지역으로 묶기 전 서둘러 매수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한 올해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서울 아파트 전체 시가총액이 작년 말보다 151조 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3일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올해 9월 말 기준 약 1,781조 원으로 지난해 말 1,630조 원에서 9.26%인 151조 원 증가했다. 이는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이 지난해 말 3,969조 원에서 9월 말 기준 4,141조 원으로 약 4.3% 늘어난 것에 비하면, 서울 증가 폭이 2배 이상이다. 특히 일반 아파트보다, 재건축 단지의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많이 늘었다. 올해 9월 말 기준 서울 재건축 단지의 시가총액은 약 336조 원 선으로 지난해 말 302조 원 대비 11.25%인 3조 원이나 증가했다. 반면 재건축을 제외한 일반 아파트 시총은 지난해 1,328조 원에서 1,445조 원으로 약 8.81%인 117조 원이나 늘었다.
정책 당국은 추가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0월 1일 인터뷰에서 규제 지역 확대에 대해 “필요하면 정교하게 하겠다.”라고 말했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9월 29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세금 문제,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종합대책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달아오른다고 그때그때 단발성 땜질 대책을 쏟아내기보다는 차분하고 정교하게 다방면으로 접근하겠다는 전략이다. 역대 정부의 고강도 대책에도 집값 상승을 막지 못했던 경험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작용한 것이지만, 자칫 장고만 하다가 칼을 빼 들 시점을 놓칠 우려도 있다.
주지(周知)하는 바와 같이 ‘정책 한 방’으로 집값이 바로 안정되지는 않는다. 그런 특효약은 없다. 정부 처방이 시장에 먹혀들고 작동될 수 있도록 정책의 일관성 견지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선 당국 간 긴밀한 협조가 바탕이 돼야 한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의 한 축인 서울시는 인허가 절차 간소화로 재건축·재개발 사업 속도를 높이는 ‘신속 통합기획’만이 만능 공급책인 듯 홍보할 뿐 빌라·다세대주택 가격을 급등시키는 부작용엔 눈을 감고 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은 없다는 식의 미온적 태도로 시장에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월 13일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등 이른바 ‘잠삼대청’에 대한 토허구역을 해제했다가, 서울 부동산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3월 24일 강남3구와 용산구를 대상으로 토허구역을 확대·재지정한 바 있다. 당시 정한 기한인 지난 9월 30일 만료됨에 따라 이날 심의를 통해 진행한 것이다. 재지정 기간은 10월 1일부터 내년 12월 31일까지 1년 3개월간이다.
한편 KB국민은행이 지난 9월 29일 발표한 ‘9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15일 기준 서울 전체 평균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4억 3,621만 원으로 0.82% 상승해 18개월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강 이남 11개 구 평균 매매가는 전월 대비 0.64% 오른 18억 677만 원, 한강 이북 14개 구의 평균 아파트값은 10억 2,238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런 과열 양상은 당분간 비슷한 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1만 1,045건이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6억 원으로 제한한 ‘6·27 대출 규제’로 7월 4,050건으로 급감했다. 8월 4,198건으로 늘더니 9월 4,679건까지 증가했다. 10월 말인 신고 기한을 고려하면 9월 거래량은 5,000건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추석 연휴 이후에도 주택시장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정부는 10월 중순~11월쯤 규제 지역 지정이나 추가 대출 규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능하면 세제는 부동산 시장에 쓰는 것을 신중히 추진하겠다.”라면서도 “부동산 상황이나 ‘응능부담(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는 과세) 원칙’ 등을 보며 필요하면 검토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서다. 집값 문제는 역대 정부마다 지지율과도 연관됐던 민감한 사안인 만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란 관측도 설득력을 더한다.
특히 수급 안정 없이 규제만의 대책은 단언컨대 시장에 결단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질적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 공공 공급의 한계는 명확한 만큼 민간 분양 아파트 공급에 박차를 가해야만 한다.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민간 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할 방안도 뒤따라야만 한다. 정부는 작금의 공급 부족, 금리 인하 기대감, 추가 규제에 대한 포모(FOMO) 등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끼칠 것을 면밀 분석하고 금융·공급·세제를 아우르는 강력하고 치밀한 종합대책을 마련하되 정책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만 한다. 부동산 시장은 한 번 불붙으면 진화하기 어렵다. 아무리 강력한 대책도 적시 적소를 놓치면 ‘난로 위의 얼음’처럼 금세 녹아버릴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하고 명심해야만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징벌적 규제가 아니라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공급 확대책뿐이다. 서울시는 지난 9월 29일 발표한 한강 벨트 중심의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는 ‘신속 통합기획 시즌2’를 내놨는데, 정부 정책과 맞물린다면 시너지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간 정책 엇박자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관성 부재는 시장의 불안만 키우는 치둔(癡鈍)의 우(愚)다. 매도자는 매물을 거둬들이고, 매수자는 갈피를 못 잡아 똘똘한 한 채에 더 집착하게끔 하는 미스매치(Mismatch)를 드러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정부는 초과 이익 환수제 같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용적률 등 인센티브(Incentive)를 과감히 부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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