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치매 환자 100만 명 돌파, 우리 사회 공동책임이란 인식 전환부터

편집국 / 기사승인 : 2023-10-06 12: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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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매년 9월 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알츠하이머협회(ADI)가 가족과 사회의 치매 환자 돌봄을 새롭게 인식하기 위해 1994년 제정한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World Alzheimer’s Day)’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8월 4일에 「치매관리법」을 제정하면서 제5조(치매극복의 날)에 “치매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하여 매년 9월 21일을 ‘치매극복의 날’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치매극복의 날’ 취지에 부합하는 행사와 교육ㆍ홍보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치매(癡呆  Dementia)는 라틴어의 De(아래로)와 Mens(정신)에서 유래된 단어로 ‘정신적 추락’을 의미하거나, De(지우다)와 Ment(마음) 그리고 어미 Ia(병)에서 나온 ‘마음이 지워지는 병’이라고 추론된다. 따라서 치매는 뇌가 퇴행성 변화를 겪으며 손상돼 언어·기억·학습·판단 등 여러 영역의 인지 기능이 감소,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기억을 잃은 채 길거리를 배회하다 길을 잃고, 교통사고나 실족사고 등으로 다치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하고, 인간적인 품위와 삶의 질을 훼손하고 가족에겐 정신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부담과 고통을 안겨주기도 하며, 가족의 이름은 물론이고 자신이 살아온 삶조차 잊게 만드는 치매는 고령층에게 암보다 무섭고 두렵다는 질병으로 꼽기도 한다.

지금까지 연구를 통해 밝혀진 치매 원인만 해도 100가지가 넘는다고 하는데, 이는 우리 뇌를 공격하는 요인이 100가지가 넘는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치매 발병 요인 1위로 약 70%를 차지하는 것은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는 알츠하이머 치매(Alzheimer's dementia)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β-amyloid protein)이 쌓이면서 뇌 조직이 소실되고 위축되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지적 능력이 서서히 떨어지며 인지하지 못하면서 치료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든 상태가 되면 전두엽 기능 장애, 심한 행동장애 및 신체적 합병증으로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지게 된다.

다음으로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는 혈관성치매는 뇌졸중이나 심혈관질환에 의해 뇌혈관에 혈액·산소가 부족해져 뇌 손상이 생기며 발생한다. 뇌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뇌졸중 발생 시 갑자기 발생하는 전략적 혈관성 치매와, 다발성 뇌허혈성병변 등으로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는 혈관성 치매로 나뉜다. 기억력이 먼저 저하되지는 않고, 판단력이 떨어지고 행동이 느려진다. 다행히 뇌졸중에 대한 위험인자 등 관리와 초기 적절한 치료를 통해 완치는 어렵지만 더 이상의 악화는 막을 수 있다. 평소 뇌혈관 질환의 병력이 있는 환자라면 평소 식습관 및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혈관 건강 유지에 힘써야 한다.

그 밖에도 동작과 걸음이 느려지고 굳어지는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증상을 동반하는 루이소체 치매, 뇌의 전두엽 및 측두협의 퇴행성 변화로 기억장애보다 성격 변화, 이상행동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전두측두 장애로 인한 치매 등이 있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면과 식생활을 포함한 규칙적인 생활과 함께 혼자 지내는 시간을 줄이고 외부와 어울릴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 물론 이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인자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노력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치매 환자가 올해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가 지난 5월 23일 발표한 ‘대한민국 치매현황(Korean Dementia observatory) 2022’에 따르면 올해 국내 65세 이상 인구 중 추정치매환자가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후 2030년 142만 명, 2040년 226만 명에 이어 2050년 315만 명으로 정점을 찍는다. 추정치매환자는 숨겨진 숫자까지 추계한 개념이다. 통계청이 2050년 서울 인구를 792만 명, 전라북도 인구를 149만 명, 전라남도 인구를 152만 명으로 각각 추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2050년 국내 치매 인구는 서울 인구의 절반, 전북과 전남 인구를 합친 인구를 넘어서게 된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치매 유병률은 11%다. 즉 65세 이상 9명 중 1명은 치매라는 얘기다. 60세 이상 치매 환자는 현재 100만 3,161명에 이른다. 급속한 고령화 흐름 속에 환자 수는 해마다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치매 환자 돌봄과 관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필요한 인력이나 인프라는 아직 태부족한 게 현실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치매환자 수는 약 93만 5,086명이다. 지난 9월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 중인 256개 치매안심센터에 치매환자 총 53만 3,959명이 등록돼 관리를 받고 있다. 중앙치매센터가 집계한 치매환자 102만 4,925명 중 절반 정도인 52.09%만 관리를 받고 있는 셈이다. 지역별, 센터별 격차도 커서 관리자 1명당 평균 환자 수는 57명에서 최대 558명까지 편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센터 4곳 중 1곳은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 직역별 전문인력마저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열악한 수준이다.

치매 환자 가족이 떠안아야 하는 돌봄의 부담과 책임이 여전히 큰 것도 문제다. 전담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시설이 있다지만 쉽사리 이를 선택하지 못하게 만드는 심리적, 현실적 요인이 적잖다. 일상에서는 치매 환자들이 실종됐다는 신고만 하루 평균 40건, 연간 1만 4,000건에 이른다. 5년 넘은 장기 실종자만도 89명이다. 지난 7년간 761명, 한 해 100명이 넘는 치매 환자가 배회하다 각종 사고로 숨졌을 정도이다.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10년 넘게 실종자를 찾는 가족들도 많다. 때로는 생업까지 포기해 가며 이들에게 매달려야 하는 가족들의 고통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가족의 일상이 무너지고 보호자가 우울증 환자가 되는 안타까운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24일 용인 기흥에서는 중증 치매 환자인 80대 치매 노인과 그를 병수발 하던 아내가 함께 12층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한국은 이미 어느 정도 치매에 대한 국가책임제가 시행 중이다. 2008년 이후 전국 어느 보건소에서나 60살 이상인 이들은 무료로 치매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치매 진단율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0%를 크게 웃도는 75% 수준에 이른다. 문제는 치료다. 치매는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효과를 만족할 만한 치료 약이 개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약물치료를 기본으로 하되, 다양한 인지훈련과 비약물치료, 유산소운동, 사회적 활동 같은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약물의 효과를 강화하는 조처가 중요하다. 치매국가책임제 아래에선 이런 관리를 국가가 돕는다.

따라서 치매국가책임제 시행으로 진단, 치료비 부담은 줄었다고 하지만 돌봄 지원 시스템은 아직도 열악하다. 지난해 일본 내 지원센터는 5,404개로 지소까지 포함하면 7,409곳에 달한다. 반면 기초단체별로 한 곳씩 설치된 한국의 치매안심센터는 256곳에 불과하다. 이렇듯 지역 관리센터 수는 일본의 30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충동조절장애로 폭력성을 보이는 환자들을 기피하거나, 받아 놓고 방치하는 요양병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력, 예산의 확충과 함께 치매 환자 관리에 필요한 기술 지원, 유형별 맞춤 프로그램 등이 절실하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치매 질환은 이제 가족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와 국가가 지속적이고 무거운 책임과 깊은 관심을 갖고, 우리 사회 공동책임이란 인식으로 전환하여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사회적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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