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철강·알루미늄에서 자동차·반도체까지 관세 폭탄, 정교한 통상전략 시급

편집국 / 기사승인 : 2025-02-15 11: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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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 폭탄’이 우리나라 수출의 양대 축이자 ‘수출 효자’인 자동차와 반도체에도 떨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서 자동차·반도체 등으로 확대되면서 한국에서도 미국발(發) ‘관세 충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10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행정명령에는 집권 1기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때 일부 예외를 적용했던 한국 등에 대해서도 예외와 면제 없이 25% 관세를 3월 12일부터 적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또 미국산 제품에 물리는 관세율만큼 상대국 제품에 부과하는 상호 관세 부과도 재확인해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월 1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 방침을 발표한 반도체,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의약품 등 5개 품목의 지난해 대(對)미국 연간 수출액은 522억 9,164만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대(對)미국 수출액 1,277억 8,647만 달러의 40.9%나 차지한 것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를 이미 결정했거나 부과를 예고한 5개 품목은 모두 한국의 수출 주력 상품이다. 자동차의 경우, 작년 국내 기업 전체 외국 수출액의 49%가 미국으로 향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대(對)미국 수출액이 지난해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극심한 내수 침체 속에 우리 경제를 홀로 이끌어온 수출에 대형 변수가 발생하면서 큰 충격이 우려된다. 현대차·기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 수출의 쌍두마차인 자동차와 반도체가 동시에 트럼프 관세 태풍의 영향권에 들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미국 자동차 수출은 347억 달러(약 50조 원), 반도체는 107억 달러(약 15조 원)로 둘을 합쳐 454억 달러(약 65조 원)를 웃돌았고, 전체 대(對)미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분의 1을 넘어선 ‘한국 캐시카우(Cash cow │ 확실한 수익창출원)’였다. 지난해 143만 대를 수출한 자동차(27.2%)와 반도체(8.4%)는 미국 수출 품목 1, 2위로 전체 대(對)미국 수출의 35.6%를 차지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7월 미국 회사와 1조 4,600억 원 규모의 대형 계약을 맺는 등 바이오 분야에서도 미국 수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편관세·상호관세에 이어 품목별 관세 폭탄까지 쏘아 올리면서 전 세계가 관세 전쟁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됐다. 미국 수입 철강 중 10%를 차지하는 한국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철강 업계는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에 이어 미국발(發) 관세 부과의 충격으로 큰 피해를 받게 될 것이 예상된다. 정부는 무역금융 지원 확대 등 비상 수출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업계는 수출국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 반도체와 자동차는 우리나라의 1·2위 수출 품목이므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의 위기가 가일층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가 “20% 관세를 부과하면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최대 19% 감소할 수 있다”라는 전망을 밝힌 배경이다. 관세를 무기로 한 도널드 트럼프발(發) 무역전쟁이 범위와 강도를 더해지면서 세계 각국은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 분주하게 뛰고 있다. 호주는 정상 간 통화를 통해 철강·알루미늄 관세 예외 약속을 받아냈고, 반도체 관세를 우려하는 대만은 고위 경제 관료들을 미국에 파견할 예정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12·14 탄핵소추 접수로 불확실성이 장기화하고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고 있지만 우리도 최고위급 접촉을 통해 물밑 협상을 서둘러야만 한다. 냉큼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 현지 공장의 생산 물량을 최대한 늘리고 철강·알루미늄 등 원료의 미국 내 조달도 검토해야만 할 것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첨단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을 주도해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파운드리(Foundry │ 반도체 위탁생산)’ 등에서는 미국의 빅테크(Big-tech │ 거대기술기업) 등 고객사와 긴밀한 협력 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만 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크게 ▷징벌적 관세, ▷구조적 관세, ▷보편 관세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징벌적 관세’는 캐나다·멕시코·중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불법 이민·마약 등 비(非) 무역 이슈를 해결하려는 목적이다. ‘구조적 관세’는 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만성적 무역적자, 미국 기업 차별 대우 등 대(對)미국 무역 이슈 해결 목적이다. ‘보편 관세’는 특정 국가나 품목에 대한 예외 없이 전반적인 수입품에 적용돼, 무역 전반에 걸쳐 포괄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관세로 모든 국가에 10~20% 관세를 부과하는 재정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지만 최근 특정 국가가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과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해당 국가의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로 방향을 전환할 움직임이다.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구조적 관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1기 때처럼 대(對)미국 무역 흑자국을 대상으로 먼저 고율 관세를 부과해 압박한 뒤 개별 협상에서 이익을 최대한 챙기려 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미국 수출은 1,278억 달러로 2023년 대비 10.5%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對)미국 무역 흑자 1위인 중국 등에 이어 8위인 한국과 6위인 대만이 다음 표적(Target)이 될 가능성이 커 전선이 한국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울 뿐만 아니라 ‘관세 전쟁’에 따른 글로벌 교역 위축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우리로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처럼 협상을 통해 예외를 인정받는 게 최선의 방책이다.

한국 기업인들은 8년 만에 다시 시작된 ‘트럼프 스톰(Trump Storm)’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으로 한국의 대(對)미국 의존도를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가 출범한 2017년에도 미국 수출 686억 달러로 많았지만, 지난해에는 1,277억 8,647만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커졌다. 한국의 전체 수출 가운데 미국 수출 비율 역시 2017년 12.0%에서 지난해에는 18.7%로 급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동맹국들마저도 ‘상호주의’에 기반한 ‘거래’를 압박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실용 외교에 선제 대응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미국산 에너지·농산물 수입을 늘리고 조선과 방산, 원전, 반도체 등에서 트럼프 정부가 거절하지 못할 전략으로 한·미 양국이 산업 협력을 확대하는 ‘윈윈(Win-win)’ 전략을 마련하고 정교하게 통상 협상에 나서야만 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출범 이후 한국이 미국 내에서 83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의 고용 창출에 가장 크게 공헌한 국가라는 사실을 널리 알려 한국이 미국 제조업 부활의 진정한 파트너임을 설득해야 한다. 통상전쟁 확전에 대비해 인도·동남아·유럽·중동 등 대체 수출 시장을 확대하고 다변화하는 노력도 지속해야만 한다. 또 사업하기 좋은 경영환경을 만들기 위해 족쇄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기업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사가 상생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서비스 등 내수 산업 활성화에도 박차를 가해야만 한다. 위기의‘수출 한국호’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세 폭풍에 무방비 상태로 좌초하는 것만은 반드시 막아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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