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스마트빌리지협회가 주최한 「The SmartVillage Summit 2025 – 지역사회 디지털 혁신 전략 컨퍼런스」가 9월 25일(목)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 2층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전국 각지의 지자체, 공공기관, 학계, 기업, 연구기관 관계자와 언론인 등 약 40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심화되는 지역 소멸 위기와 디지털 격차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었다. 참석자들은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진단하고, 법률 제정, 기술 혁신, 민관 협력 거버넌스 구축을 아우르는 다각적이고 구체적인 국가 균형발전 전략을 공유하며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컨퍼런스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지역 간 디지털 격차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획됐다. 개회사에서 김원선 협회장은 “스마트빌리지는 단순한 기술 적용이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며, 중앙과 지방, 민관이 함께하는 협력 플랫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축사에서는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최형두 국회의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민주당 정진욱 국회의원, 지방시대위원회 신용한 부위원장, 성균관대학교 김재현 부총장이 지역 균형발전과 디지털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중앙과 지방이 힘을 모아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이 스스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대한민국의 현주소: ‘디지털 아파르트헤이트’와 지역 소멸의 위기
이번 서밋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냉엄한 현실을 진단하며 시작됐다. 기조연설에서 (사)한국스마트빌리지협회 심정우 의장은 현행 ‘스마트도시법’이 대도시 중심으로 설계되어 농어촌 및 산간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신호조차 잡히지 않는 낡은 지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법적 한계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디지털 인프라, 공공 서비스 접근성 격차를 심화시켜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새로운 차별, 즉 ‘디지털 아파르트헤이트(Digital Apartheid)’를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파크시티 박성진 대표는 인구 감소와 인프라 노후화를 단기적 위기 대응이 아닌, 도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발전은 산업 입지 결정 요인을 노동력에서 에너지, 데이터센터 등 첨단 디지털 인프라로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정KPMG 박문구 전무는 과거 정부 주도 사업들이 공급자 중심의 파편화된 접근으로 인해 지속 불가능한 보조금 의존 사업만을 양산했다고 비판하며, 입법, 전략, 실행 모든 단계에서의 총체적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함을 역설했다.
새로운 법적 나침반: ‘K-스마트빌리지 특별법’ 제정 공식 제안
위기 진단에 이어, 심정우 의장은 기존의 낡은 지도를 대체할 새로운 법적 나침반으로 ‘스마트지역 구축 및 지역사회 디지털 전환 촉진에 관한 특별법’ (일명: K-스마트빌리지법) 제정을 공식 제안했다. 이 특별법은 도시 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나, 지역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주민 참여를 핵심 원칙으로 삼는다.
주요 골자는 ▲지역 특성에 따라 도시형, 농촌형, 어촌형 등으로 ‘스마트지역’을 지정해 맞춤형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계획 수립 단계부터 주민 주도의 ‘공동체협의회’ 구성을 의무화해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를 제도화하며 ▲국무총리 소속 ‘국가스마트지역위원회’를 설치해 범부처 협력과 정책 실행력을 담보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정책 철학의 전환: 지속 가능한 ‘살아있는 생태계’ 구축
삼정KPMG 박문구 전무는 단발성 사업이 아닌, 지역이 스스로 진화하고 성장하는 ‘살아있는 생태계(Living Ecosystem)’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생태계의 핵심은 시민의 삶(Life), 지역 경제(Work), 그리고 인재 양성(Learn)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세 개의 통합 운영체제(OS) 플랫폼이다.
- Life OS: 복지, 건강, 안전 등 시민의 삶과 직결된 서비스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 Work OS: 지역 특화 산업 육성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경제 활동 시스템이다.
- Learn OS: 개인과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을 돕는 평생 교육 및 변화관리 시스템이다.
이 세 가지 OS는 상호 연동하여 정부 지원 없이도 자생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장에서 찾은 해법: 디지털 혁신의 구체적 모델들
오후 세션에서는 거시적 비전을 현실에 적용할 구체적인 솔루션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 글로벌 표준 기반 프리미엄 빌리지 모델: ABB 오재호 이사는 특정 기업의 독점 기술에 의존하는 폐쇄적인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유지보수 비용 증가와 기술 고립을 초래한다고 지적하며, 개방형 글로벌 표준 프로토콜을 채택해야만 다양한 제조사의 제품과 솔루션이 상호 호환되어 총소유비용(TCO)을 절감하고, 시스템의 확장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AI 돌봄과 스마트 경로당 2.0: 이에스이(주) 한용호 전무는 전국 6만 8천여 개 경로당을 AI와 빅데이터 기반의 ‘의료·건강관리 거점’으로 전환하는 ‘스마트 경로당 2.0’ 비전을 제시했다. 이는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원격의료 연계, 긴급 출동 등을 지원하여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를 실현하는 모델이다.
- 디지털 트윈 기반 스마트 어촌: 포항소재산업진흥원 이재원 주임은 현실을 가상공간에 복제해 시뮬레이션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 포항시의 어촌 환경오염, 선박 안전, 침수 위험 등을 통합 관리하는 실증 사례를 발표했다. 이는 환경, 안전, 경제 활동이 연계된 어촌 생태계 전체를 최적화하는 접근법이다.
- 지역 혁신의 엔진, 산학연 거버넌스: 성균관대학교 김장현 교수는 지속 가능한 혁신을 위해 지자체(조정자), 대학(인재양성 허브), 기업(상용화 주체), 연구기관(첨단연구 전진기지)의 역할이 명확히 정의된 공식적인 산학연 협력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뜨거운 현장 열기 속, 전국적 협력 네트워크 구축
행사장은 전국의 정책 담당자들과 전문가들의 높은 관심으로 뜨거운 열기가 넘쳤다. 서울경제진흥원(SBA), 충북과학기술혁신원,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DGFEZ), 포항소재산업진흥원, 성균관대학교, 전남대학교 등 핵심 기관들이 후원으로 참여해 산학연관을 아우르는 폭넓은 지지 기반을 확인시켰다. 참가자들은 각 세션이 끝난 후 이어진 토론과 네트워킹을 통해 지역 맞춤형 전략 수립을 위한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며, 이번 서밋이 단순 정보 공유를 넘어 ‘솔루션 마켓’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음을 보여줬다.
디지털 포용 사회를 향한 첫걸음, 전국 확산 기대
‘The SmartVillage Summit 2025’는 지역 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실현 가능한 정책과 기술, 사업 모델을 제시하며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 서밋에서 제시된 K-스마트빌리지 모델과 혁신 사례들은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K-스마트빌리지 특별법 추진과 AI 기반 혁신 사례 확산은 지역 간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포용적 디지털 사회 구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한국스마트빌리지협회 김원선 회장은 “이번 서밋은 지역 주도의 디지털 혁신을 확산시키는 출발점”이라며 “정부·지자체·기업·학계 간 협력을 강화해 대한민국 지역사회 디지털 전환 생태계의 허브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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